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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적자'에 문 닫는 우체국…"주민들은 어쩌나"

입력 2020-02-2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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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 있는 우체국 가운데 절반이 4년 안에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당장 두 달 뒤면, 서울 망원동에서 문을 닫는 첫 번째 우체국이 나옵니다. 적자가 심하다는 이유인데요. 주민들은 없애면 어떡하냐 반대합니다.

밀착카메라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신명춘/우정사업본부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장 : (이건 98년도 사진.) 신기하죠? 아까 여기 우체통이 있었나요? 이때만 해도 이렇게 케이블TV (150만 가구) 가입한 것…주민들도 이 우체국에 대한 애착이 상당한 거죠.]

우체국 폐국 결정이 난 건 불과 몇 주 전입니다.

하루에 500명이 넘게 찾는 이 우체국은 왜 문을 닫게 된 걸까요?

한 남성이 우체국 앞에 섰습니다.

우체국이 없어지는 걸 막아달라는 노조의 서명운동입니다.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가까워서 좋은데.]

[이거 없애면 어떻게 하려고?]

[박영욱/서울 망원1동 : 증설을 해도 모자랄 판에…4개동에서 성산동, 서교동에서 망원 1동, 2동 전부 이쪽에 와서 업무 보는데.]

천천히 이름을 써 내려가는 백발의 할머니,

[박말년/서울 서교동 : 뭐 써요? 여기는? (여기다가 주소를 쓰시면 돼요.)]

우체국이 없어지면 안 된다는 마음은 또렷합니다.

[박말년/서울 서교동 : 돈은 내가 많이 안 넣지만 평생을 썼어.]

망원시장과 망원동 일대의 우편과 금융을 책임졌지만, 이제 치킨집이 들어서게 됩니다.

우정사업본부가 적자를 이유로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은희/서울 성산동 : 왜 주민이 편리한 걸 없애고 그래. 택배 부치기도 좋지. 택시 타도 '우체국 사거리로 갑시다' 그러기도 좋고 그렇잖아?]

30년 동안 장사한 요구르트 판매원도 아쉽긴 마찬가지,

[장남덕/망원동 요구르트 판매원 : 92년도부터 했으니까. 심란해요. 개인이 들어오면 여기서 있게 할지도 모르고.]

주민들은 오늘도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서명하러 찾아옵니다.

지방에서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인구 8000명이 채 안 되는 울산 상북면, 이곳에서 우체국은 주민센터나 다름없습니다.

[김진숙/울산 상북우체국장 : (전기요금이요.) 아,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내셨다고 하는데 받으신 게 없다고요? (네.) 어머니 댁이 어디신데요?]

이름만 우체국일 뿐 추위를 피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멀리 사는 자식들과의 소통 창구이기도 합니다.

[임토봉/울산 울주군 상북면 : 딸내미한테 반찬. 소화물 같은 건 여기 와서 부치거든요. 아주 작은 화물은 다른 데는 잘 안 받으니까.]

이 우체국도 폐국 우선순위로 꼽힙니다.

인구수가 적고 이익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큰길엔 이런 현수막도 붙었습니다.

우체국 폐국 계획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입니다.

주민들은 이 현수막이 붙고 나서야 우체국이 폐국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반응입니다.

30년 동안 우체국을 이용한 정두천 씨, 우체국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불편함을 걱정합니다.

[정두천/울산 울주군 상북면 : 이용 많이 하지 상북우체국. 상북에서 언양(다른 우체국)까지 가려면 보통 아닌데…]

우정사업본부는 민간 우편 취급국을 우체국 대신 들이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시골에 들어가려는 사업자는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영중/우정사업본부 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장 : 들어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우편이 적자인 우체국이기도 하고, 사업성 자체가 없는 거죠.]

주민들은 상실감을 느낍니다.

[정재원/울산 울주군 상북면 : 돈 안 되는 거 다 죽으란 말입니까. 그런 식이면 상북초등학교도 학생 몇 명 없다고 없애야 할 것 아닙니까.]

전국에 민간 취급국 전환을 검토 중인 우체국은 모두 677곳입니다.

낮은 우편 요금과 통신 수단 발달로 우편 업무로는 적자만 난다는 게 이유입니다.

노조가 문제 제기를 하자, 본부는 일단 검토를 미룬 상황입니다.

인천 동구 지역 주민들은 동구 관내 3곳 우체국이 모두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며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이미 4년 전 동인천우체국이 사라졌지만, 지금까지 민간 우편 취급국도 생기지 않았다며 불편함을 말합니다.

[이희환/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 : 아무리 사업성을 얘기한다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국민들의 생활 인프라이고 정보통신, 금융 업무의 가장 기초 단위인데…]

벽에 붙은 피켓과 현수막도 4월이 되면 사라질 풍경들입니다.

우체국 앞에 서던 버스도 이제 다른 이름의 정류장에 서게 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주민들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영상디자인 : 홍빛누리 / 영상그래픽 : 이정신 / 인턴기자 : 이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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