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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라이브]'뙤약볕 1시간' 전풍 사장 "다들 3월 28일에 잘 쳐줘야 하는데요"

입력 2020-02-25 11:04 수정 2020-02-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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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풍(오른쪽) 두산 사장이 24일 오릭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마친 안권수와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IS포토

일본 사람이 보면 구단 매니저나 운영팀장으로 오해할 수 있었다. 전풍(65) 두산 사장 얘기다.

두산이 2차 스프링캠프 첫 실전 경기를 치른 24일 일본 미야자키 소켄 구장. 일본 프로팀 오릭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의 경기 전 훈련이 한창일 때, 백네트 부근 구석에서 이 광경을 뚫어지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전풍 사장이었다.

이날 미야자키 지역의 햇볕은 따가웠다. 그라운드 안에 그늘은 없었다.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관람객도 많았다. 전 사장은 선수단의 훈련 내내 한 자리에서 서 있었다. 1시간 가까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타격과 수비 훈련을 지켜봤다. 현장 스태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구단 로고가 새겨진 상의를 착용했기에 더욱 그랬다.

이날 두산 타자들은 일본 리그 공인구로 타격 훈련을 했다. 김재환, 최주환의 타구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잘 뻗었다. 몇몇 선수들도 "잘 나간다"고 인정했다. 전 사장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려가 앞선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두 번 연속으로 담장으로 타구를 날리자 "벌써 저렇게 잘 치면 안 된다"며 웃었다. 오버페이스를 경계한 것이다. 흐뭇한 웃음을 지었지만, 메시지는 명확했다.

전풍 사장이 선수단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IS포토

발걸음을 옮기는 전 사장에게 말을 건넸다. 대표이사의 참관은 특이한 일이 아니지만,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뙤약볕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재미있어서 보고 있었다"고 짧게 말했다. 호주에서 진행된 1차 캠프도 1주일 동안 방문했다. 2차 캠프는 일찌감치 동행했다. 감탄과 우려가 교차한 프리 배팅 관전 후기에 대해서는 "페르난데스뿐 아니라 모든 타자가 3월 28일부터 지금 보여준 호쾌한 타구를 날려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전 사장이 현장에 따로 말을 건네는 일은 없었다. 프런트 관계자만 이따금 그에게 다가섰다. 그러나 훈련이 끝날 무렵에는 격려하기도 했다. 특히 2020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전체 99순위)에 지명됐지만, 근성과 기량 모두 김태형 감독의 눈에 든 신인 외야수 안권수와는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컨디션을 묻고, 선전을 바라는 말도 남겼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야구 드라마를 통해 현장을 지원하는 프런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야구팬도 실감할 수 있었다. 두산은 프런트와 현장의 케미스트리가 좋은 팀으로 평가된다. 전 사장은 "현장을 존중하겠다"는 말을 잘 지키고 있는 사장이다. 야구단의 단합을 이끌고 있는 리더라는 의미다. 단편적인 장면이지만 강팀 두산의 원천을 엿볼 수 있었다.

미야자키(일 미야자키현)=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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