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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깨지고 휘어지고…'방치된' 태양광 시설

입력 2020-02-20 21:21 수정 2020-02-2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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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풍과 집중호우로 쑥대밭이 된 태양광발전 시설이 있다는 소식은 작년에 심심찮게 들렸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아직도 휘어지고 깨진 채 방치된 곳들이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경사면이 폭탄을 맞은 것처럼 무너져 내렸습니다.

파이프는 엿가락처럼 휘어있습니다.

경상북도 청도군의 산지에 자리 잡고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입니다.

지난해를 포함해서 두 차례 산사태가 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태풍과 집중호우를 거치면서 태양광 패널을 보호하고 있던 옹벽이 그대로 무너져버렸습니다.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지금은 멈춘 채 방치돼 있습니다.

철근은 눈비를 맞으며 뻘겋게 녹슬었습니다.

자재를 덮던 방수포도 바람에 찢겼습니다.

무너지고 깨진 돌들이 아직 굴러다닙니다.

펜스도 쓰러졌습니다.

벽이 무너졌던 그날의 기억이 여전합니다.

[A씨/청도군 주민 : 태풍 왔을 때 완전 무너져가지고 난리 났었어요.]

[B씨/청도군 주민 : 금이 갈라지면서 튀어나온 거예요. 배가 불룩하면서.]

[C씨/청도군 주민 : 보강토 옹벽 자체가 우르르 소리 나면서 흘러내려서.]

임시로 나무판을 덧댔지만,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옹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안에 있는 토사의 유출을 막기 위해 이렇게 나무판을 임시로 덧대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나무판도 흙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갈라지고 이렇게 터져버렸습니다.

이 안쪽을 손으로 만져 보면, 여전히 돌과 흙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공사가 멈춘 걸 보여주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패널들은 깨지고 내버려졌습니다.

바로 아래엔 주택들이 있습니다.

[C씨/청도군 주민 : 겨울 끝나고 해빙기 때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흘러내릴 수도 있을 거 같아서 그 부분들이 주민들이 걱정이 돼가지고.]

복구 완료 예정일은 지난해 9월.

하지만 공사는 절반 수준에서 중단됐습니다.

[C씨/청도군 주민 : 방치된 게 작년 가을장마 끝나고 복구를 시작했는데 복구를 하다가 저 상태로 놔두고 철수를 해버렸더라고요.]

민원을 넣어도 한참 그대로였다는 게 주민 얘기입니다.

지자체를 찾았습니다.

[청도군청 관계자 : 시공사가 조금 자금 사정이 안 좋아서. 3월 말까지 복구 기한인데 그때까지는 안 될 거 같고. 안 되면 행정조치를 해야겠죠.]

시공사 측에 수차례 연락해봤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업체의 자금난으로 복구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산 반쪽 여기저기 맨살이 드러났습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시뻘건 흙밭이 됐습니다.

이곳도 공사가 멈췄습니다.

민둥산처럼 모든 초목이 잘려 나간 이곳은 몇 년 전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를 위해서 개발 허가가 났던 곳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더이상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요.

이 반대편과는 다르게 이곳은 그대로 이런 돌들이 방치된 채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이 겨울이라서 땅이 얼어있는 상태인데 땅이 녹으면 이런 돌들이 그대로 마을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굴착기와 바위는 그대로 있고 관리실은 굳게 잠겼습니다.

[D씨/금산군 주민 : 토사가 떠내려와서 여기 밭…이게 3년째 돼가는 거 같아요. 자금이 아마 달린다는 거 같아.]

[금산군청 관계자 : (그쪽)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주민들 얘기하는 부분은 들었어요. 업체 사정이 있어서 다른 사업체로 인수인계됐을 수도 있고.]

허가만 내고 방치해버리면 시간이 갈수록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산을 깎아 만든 태양광 발전 시설은 안전 확보가 중요합니다.

수익성만 보고 무작정 뛰어든 태양광 발전 시설이 갑자기 멈추고 방치돼 버리면 주민들은 불안하고 산과 들은 병들 수도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허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진행 과정에서 촘촘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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