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주에 가 보신 분들은 경주타워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타워의 디자인이 한 건축가의 작품을 베낀 거라면서 오랜 법정 다툼이 이어진 건 잘 모르실 겁니다. 재일 한국인 건축가, 고 유동룡 선생의 얘기입니다. 유 선생은 세상을 뜬 지 9년이 된 오늘(17일)에서야 자신의 이름을 타워 앞에 남길 수 있었습니다.
윤두열 기자입니다.
[기자]
경주를 사랑했던 재일 한국인 유동룡 건축가는 경주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2004년, 신라불탑을 음각으로 투영한 디자인을 공모전에 냈지만 당선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완공된 경주 타워는 유 건축가의 공모작과 꼭 닮아 있었습니다.
유씨는 소송을 냈고 대법원까지 가는 다툼 끝에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승소 한 달 전인 2011년 6월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유 작가의 이름을 타워에 새겨달라며 다시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이 이름을 새기라며 다시 유족의 손을 들어줬지만, 타워 측은 작은 석판 하나만 만들었습니다.
유족들은 또 소송에 나섰고 오늘에서야 유 작가의 이름이 새겨진 현판식이 열렸습니다.
[유이화/고 유동룡 선생 장녀 :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꼭 소송을 진행해야 하고 반드시 끝까지 해내서 이겨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고.]
우리나라 곳곳에 아름다운 건축물을 남긴 유 선생의 이름이 경주타워에 새겨지는데 꼬박 12년이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