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기 전 나라별로 영화 검색 1위를 색깔로 표시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초록색인데요. 시상식이 끝나곤 이렇게 변했습니다. 기생충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1위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미국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 기자회견을 하는데요. 이에 앞서 봉 감독의 영화를 샅샅이 뒤져보는 집요한 팬들이 늘고 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영화 '기생충' : 매사에 선을 잘 지켜. 내가 원래 선을 넘는 사람 젤 싫어하는데.]
여기까지라고 분명히 그어놓진 않아도 머리보다 몸이 먼저 기억해야만 하는 계급 사이의 선.
영화 '기생충' 장면 곳곳, 보일 듯 말 듯 그어진 선들은 대사보다 더 선명하게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릅니다.
세계 영화팬들은 이런 섬세한 장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같이 사는 이의 낮잠을 깨울 때도 누군가를 기다릴 때에도 무심히 그려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선을 서로 넘어서는 순간이 비극의 출발이라 말합니다.
[봉준호/감독 (1월) : 일을 시킬려고 사람들을 불러들이지만 동시에 너무 가까이 오는건 싫고 무서우니까 계속 선을 긋자고.]
아침 저녁 똑같이 뜨고 지는 해라지만 영화 속 빛은 빈부를 가르는 또 다른 선이 됐습니다.
[홍경표/'기생충' 촬영감독 : 해가 안 들고 밤에 특히 형광등의 녹색이라든가 좀 칙칙한 쪽이고 부잣집은 되게 고급스러운 빛에 노란 빛이 도는.]
계급 차가 깊게 새겨놓은 삶의 '냄새'.
열흘 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흑백판에선 색감을 비워낸 자리를 이 냄새가 더욱 강렬하게 채워 나갑니다.
인물들의 의지와 관계 없이 선을 넘나드는 냄새는 애초에 선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헛된 꿈이란 사실을 비극으로 변주합니다.
[영화 '기생충' :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 차 뒷자리로 넘어와 냄새가.]
(화면제공 : CJ 미국배우방송노동조합)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