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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중인 사기범, 검사실 들락날락…그 안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20-02-0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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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감 중 1조대 사기범…검사 방에서 범죄 모의?

[앵커]

만 명이 넘는 피해자, 그리고 이 가운데 수십 명이 목숨을 끊었던 1조 원대 다단계 사기의 주범이 구속돼서도 사기를 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추적했습니다. 추가 범죄를 상담하며 공범을 만난 곳 중에 하나로 검찰청의 검사실이 지목됐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변호사 A씨가 김성훈 회장의 전화를 받은 건 2017년 초.

김 회장이 1심에서 징역 12년을 받은 뒤였습니다.

그런데 전화번호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실 내선번호였습니다.

[조모 변호사/김성훈 회장 전 변호인 : 검찰청 전화로 전화가 왔는데 김성훈이어서 깜짝 놀라서.]

당시 김 회장은 또 다른 사건을 제보한다는 명목으로 해당 검사실에 참고인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사실 전화로 자신의 사건 관련 얘기를 했다는 겁니다.

[조모 변호사/김성훈 회장 전 변호인 : 한재혁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길 하길래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김 회장이 언급했다는 한씨는 구치소에 함께 수감돼 있던 인물.

당시 김 회장은 먼저 출소하는 한씨를 통해 IDS홀딩스 피해자들과 합의를 진행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한씨가 출소 전후 김 회장을 수차례 만난 곳으로 지목된 곳은 바로 중앙지검 검사실이었습니다.

[최모 변호사/김성훈 회장 전 변호인 : 너무 놀랐죠.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 (나중에는) 거의 뭐 한 3~4일 정도 거의 매일 가는 식으로 이뤄졌고요. 좋아하는 음식을 사서 나눠먹기도 하고 특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한씨 측근은 검사실에서 범죄 수익에 대한 처분도 논의됐다고 주장합니다.

[A씨/한재혁씨 당시 측근 : OO홀딩스로 뭐 20억씩 달러로 꽂히고 하는데. 그(구치소 접견실) 안에서 불가능하잖아요? 모든 게 다 기록이 되고.]

실제 그해 6월부터 한씨는 홍콩 법인에 있던 IDS홀딩스 범죄수익 27억 원을 작업 비용 명목으로 넘겨받았습니다.

당시 김 회장은 한씨에게 범죄 수익을 송금해준 최측근도 검사실에서 만났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B씨/김성훈 회장 측근 : 검사실에서 성훈이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한재혁 관련해서 도와줄 게 있으면 좀 도와줘라 그래서 밖에서 몇 번 만난 적 있죠.]

하지만 범죄자금을 넘겨받은 한씨는 오히려 피해자들을 속여 수수료를 받는 등 2차 사기 혐의로 구속돼, 현재 수감 중입니다.

[이민석/IDS홀딩스 피해자 측 변호사 : 너무 황당하잖아요. 밖에 있는 다른 공범들도 접촉해서 하고. 이런 것이 없었다면 범죄 수익 은닉이 이뤄질 수가 없거든요.]

해당 검사는 수사 목적으로 김 회장에게 한씨 등 외부인들을 만나게 해준 적은 있지만, 범죄를 모의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감시하는 것은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대검찰청 측은 소관 부서에서 관련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5년 수감 중 234번 출입…검사실 전화로 '지시'

[앵커]

해당 검사의 검사실을 드나들며 편의를 제공받은 인물은 또 있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JTBC가 취재에 나서자 검찰은 법무부 소속인 교도관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반면, 법무부는 검사의 책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기자]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 OOOO호 검사실입니다.]

이 목소리는 2018년 5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의 목소리입니다.

[이모 씨 지인 : (이OO 씨 통화 가능할까요?)]

이씨는 2017년 횡령 사건으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은 사람으로, 당시 또 다른 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속돼 있는 이씨를 검사실에서 찾는 겁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 조금 뒤에 전화드리라고 할게요. 지금 통화 중이시네요.]

한달 뒤, 이씨는 지인에게 직접 전화를 겁니다.

역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실 번호입니다.

[이모 씨/검사실 내선전화 통화 내용 : OO형이 OO에다가 200개(억) 줬거든. OO 쪽에서 받아내는 걸 그거를 해주고 커미션을 받으면 되잖아.]

자신의 친구가 인수한 회사가 부도가 났는데, 200억 원을 빼내는 걸 도와주라고 지시하는 겁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씨가 5년 동안 수감생활 중에 검사실에 드나든 건 234번에 달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검사실에 범죄자들이 출정 나온 횟수는 연평균 8만 6000여 건, 매일 240명의 교도관이 투입되고 있었습니다.

[한상훈/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기준이라든가 절차, 이런 것들이 아직 확립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수사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검찰청은 "제보를 위해 검사실을 오가는 범죄자를 감시할 의무가 원칙적으로 교도관에게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법무부는 취재진에게 "검사실에서 벌어진 일은 검사 책임으로, 그같은 주장은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교도관들이 출정 조사를 위해 검사실에 가더라도, 대부분 보안을 이유로 퇴실 요구를 받는다는 겁니다.

[C씨/김성훈 회장 출정 당시 공범 : 교도관은 밖에서, 검사실 밖에서 앉아있고, 검사실에서는 없습니다. 교도관 입회하지 않았습니다]

■ "검찰, 김 회장 뇌물공여 혐의 봐줘" 추가 의혹

[IDS홀딩스 피해자 기자회견 : 검찰이 주범이다!]

[이민석/IDS홀딩스 피해자 측 변호인 : 김성훈은 검사실에서 범죄 수익 은닉을 모의하였고 결국은 우리 피해자들의 핏값이 김성훈으로부터 한재혁한테 넘어간 것이었습니다.]

2017년 초, 사기혐의로 구속돼 있던 김 회장이 검사실을 드나들 수 있었던 건 구은수 전 서울청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제보하면서입니다.

김 회장이 자신의 고소 사건을 친한 경찰관에게 배당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로비 자금을 건넸고 그 중 3000만 원이 구 전 청장 측에 전달됐다는 겁니다.

검찰은 돈을 직접 건넨 김 회장 지인 유모 씨와,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 구 전 청장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에 대해선 구 전 청장에게 돈이 전달될 것을 명확히 알지는 못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회장으로부터 6000만 원대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경찰관 윤모 씨도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뇌물을 건넨 김 회장은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는 "수사 대상이 정치계 인사들로 확대되면서 김 회장 처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루다 잊혀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대검찰청은 보도와 관련해 김 검사가 김 회장에게 전화통화를 허락해준 이유는 수사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나머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확인 중이며,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도 지난해 접수된 김모 검사에 대한 진정서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검사 방에 수백 번 출입…수감자가 수사기밀 유출

[앵커]

구속된 범죄자가 제보를 이유로 검사실을 드나들 수 있는 건, 검찰청 출정이라는 제도 때문입니다. 저희 취재진이 지난 6년간 범죄자들의 출정 횟수를 분석했더니 1년에 279차례나 검찰청을 드나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검사실에서 챙긴 수사 기밀을 유출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기자]

[이모 씨 지인 : (이OO씨 통화 가능할까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 조금 뒤에 전화드리라고 할게요. 지금 통화 중이시네요.]

검사실을 자신의 사무실처럼 이용했던 이모 씨가 지난 6년 동안 검찰청을 드나든 횟수는 234회.

하지만, 전국에서 8번째에 불과했습니다.

JTBC는 검찰청을 자주 드나드는 구속 수감자들의 현황을 확인해봤습니다.

지난 6년간 가장 많이 검찰청을 드나든 사람은 횡령 혐의로 징역 6년형을 받은 남모 씨.

출정 횟수는 779회에 달했습니다.

두 번째 많았던 조모 씨는 1년 동안 279회 검찰청을 오갔습니다.

출정 횟수 575회로 전국 3위에 오른 조모 씨.

조씨는 2016년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에게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을 제보하며 검사실을 드나들었습니다.

검사실에서 자신의 노트북까지 이용하며 일부 수사 자료도 건네받았습니다.

출소한 조씨는 그 수사자료로 해당 사건 피의자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다 검찰에 발각됐습니다.

그러자 담당 검사가 다시 조씨를 압수수색해 해당 자료를 되찾아 폐기했습니다.

결국 조씨와 검사 모두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윤호/동국대 교수 :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 하나로 마음대로 불러서 그 안에서 뭘 하는가는 통제밖의 일이다 보니까.]

이런 우려 때문에 영국과 호주, 일본 등의 해외 수사기관의 경우 교정시설 방문 조사가 원칙입니다.

대검찰청은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출정 수감자 관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홍승재·이완근·박영웅 / 영상디자인 : 박성현·최수진·정수임 / 영상그래픽 : 김정은·한영주 /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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