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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CCTV도 역부족…'양심'을 버리는 사람들

입력 2020-02-0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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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서 골목골목에다 감시용 CCTV를 설치했습니다. 이동식 CCTV까지 도입한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역부족입니다. 밀착카메라가 현장을 지켜봤는데요. 양심을 버리는 사람들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야심한 시각, 마스크를 쓴 사람이 무언가를 슬쩍 놓습니다.

뒤이어 큰 물체도 놓입니다.

모두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겁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이렇게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가 나는지 한 번 들어보면요.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촬영 중입니다." 이런 경고메시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발 아래를 보시면 이런 쓰레기들이 잔뜩 있어서 이 모든 걸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봇대 앞은 쓰레기장이 됐습니다.

쓰레기는 요일에 맞게 집이나 점포 앞에 내놓아야 합니다.

지자체들은 감시 장비를 도입했습니다.

경고음을 내고 추적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효과는 의문입니다.

근처에 있는 다른 무단투기 감시 카메라입니다.

감시가 되고 있는 곳 주변에는 쓰레기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살짝 뒤쪽으로 와 보면 온갖 쓰레기가 떨어져서 나뒹굴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것들을 버리는지 살펴보면요.

이런 의자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은 부분도 버려져 있고요.

이런 비닐봉지 안에 연탄재가 그대로 버려져 있습니다.

이런 먹다 남은 족발 뼈도 버려져 있어서 가정에서 나왔는지, 업소에서 나왔는지 모를 것들도 한꺼번에 다 버려져 있습니다.

[주민 : 보통 여기다가 재활용하는 것들 갖다 버리고 쓰레기 봉지 담아서 갖다 버리고.]

쓰레기가 어디서 오는 걸까.

관찰 카메라를 설치해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얼마 안 지나 모자를 쓴 사람이 무언가를 내려놓습니다.

한 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아예 상자째 가져다 놓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더 쌓여갑니다.

한 시간 동안 세 명이 쓰레기를 버리러 이곳을 찾았습니다.

명백한 과태료 대상입니다.

[주민 : 감시카메라가 있어도 이런 쓰레기 같은 경우는 물도 질질 나오잖아요. 그걸 일일이 집 앞에 두도록 하는데.]

다시 찾은 현장은 정류장인지 쓰레기장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이 지역에선 3억 원을 들여 감시 장비를 들여왔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대구 북구청 관계자 : 적발자를 확인하는 게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요즘에는 원룸이나 이런 데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다 보니까.]

불법 투기엔 밤낮이 없습니다.

골목골목이 쓰레기로 가득합니다.

경고문을 붙여도 소용 없습니다.

[주민 : 골목 저쪽에 사는데. 이 골목을 다니면 거기 항상 쓰레기 있어.]

[주민 : 항상 쌓여 있더라고. 맨날 왔다 갔다 하면 이렇게 계속 쌓여 있어요.]

마땅히 버릴 곳도 없다고 합니다.

[주민 : 아파트는 쓰레기 버리는 데가 있고 분리수거하는 데가 다 있잖아요? 여기 빌라는 마땅히 이렇게 다세대주택은 그게 없어요.]

취재진의 눈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들어옵니다.

왜 버리냐고 물었더니.

[주민 : 저런 걸 버리면 가져가더라고요. 쓰레기 하시는 분들, 박스 줍는 분들 있잖아요.]

감시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기 설치된 이 감시 장비는 앞을 이렇게 지나다녀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이 네모상자 안에 원래는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고 쓰여 있어야 하는데 쓰여 있지도 않습니다.

태양열로 작동하다 보니까 이렇게 그늘 아래 설치돼 있거나 지금처럼 눈이나 비가 오고 흐린 날에는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겁니다.

사각지대에도 쓰레기가 쌓입니다.

[주민 : 항상 있어요, 항상. 이거는 잡아야 됩니다. 이렇게 하는 사람.]

아무리 감시해도 계속되는 비양심적 행동에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인 상황입니다.

많은 지자체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합니다.

감시의 눈을 피해 쓰레기 몰래 버리는 걸 성공했다면, 자신의 양심까지 버리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겁니다.

(인턴기자 :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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