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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전국 166개…길이 경쟁 열 올리는 '출렁다리'

입력 2020-01-22 21:38 수정 2020-01-2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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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 지자체에서 너도 나도 산이나 호수에 출렁다리를 놓고 있습니다. 누가 더 긴가 경쟁하듯 길게도 만들고 예산도 백억 단위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찾는 사람은 줄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밀착카메라가 만난 한 시민은 "가면 달랑 다리밖에 볼 게 없더라"고 했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4월 개통한 충남 예산의 예당호 출렁다리입니다.

길이 402미터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인데요.

예당호를 바라보면서 호수 위를 직접 건너볼 수 있고 또 약간의 출렁거림도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어서 개통 이후에 지금까지 300만 명이 넘게 찾아와 명실공히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송수진/경기 군포시 : 예산에서 정말 엄청난 투자를 하는구나… 좋았어요. 저기 올라가서 전망도 보고 좋았던 것 같아요.]

여기 인증서가 하나 각인이 돼 있는데요.

호수 위에 설치된 가장 길고 높은 주탑 출렁다리로 인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증서는 조만간 떼어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최소 세 군데에서 길이 600미터가 넘는 출렁다리를 현재 만들고 있거나 계획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인 인근 논산의 탑정호 출렁다리 공사현장.

원래 지난해 말 준공 예정이었는데 설계상 이유로 공사가 늦어졌다고 합니다.

올해 6월까지 완공을 한 뒤에 주변을 정리하고 연말까지는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된다면 길이가 600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가 될 예정입니다.

주변 상권에선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주변 상인 : 들썩들썩 하는데요. 지금 뭐 여기 이런 거, 카페 같은 거 하려고 해요. 가게를 열려고 준비 중이고 호텔도 지금 수리 중이고…]

하지만 주변 환경부터 가꾸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주민 : 주차장이 없잖아요. 인프라가 있으면 되는데 그런 인프라가 없으니까 여기를 개발해야 하는데, 다리 하나 밖에 볼 만한 것이 없고…]

이 지역 원조 최장 출렁다리는 뒷전 신세가 됐습니다.

만들어진 지 10년이 넘은 충남 청양군의 천장호 출렁다리입니다.

확실히 요즘 만들어진 다른 출렁다리들에 비하면 좀 오래된 느낌도 들고 규모도 작지만 이래 봬도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였습니다.

길이가 200미터 정도인데요.

가장 많았을 때 100만 명이 한 해에 찾아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방문객들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최혜숙/충남 당진시 : 이거 막 생겼을 때가 그때도 겨울이었는데, 사람 꽤 많았었어요. 지금은 너무 없네요. 주변에 뭐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보니깐…] 

[인근 식당 : 이제 여기에 예당저수지 출렁다리가 생겨서 손님이 많이 없어요. (이런 상황이 썩 반갑지는 않겠네요) 그렇죠.]

산악 출렁다리도 길이 경쟁 중입니다.

지난 2016년 개통한 길이 150m인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그런데 가장 길다는 기록은 1년 4개월 만에 강원도 원주의 소금산 출렁다리에 내줬습니다.

소금산 출렁다리엔 2018년 180만 명이 찾았지만, 지난해엔 70만 명대로 확 줄었습니다.

[매점 : 재작년에는 진짜 어묵을 막 하루에 몇 백 개씩 몇 천 개씩 팔았는지 몰라요. 올해 들어서 좀 힘들어졌어요. 관광객들이 진짜 줄었어요.]

전북 순창 채계산에 240m, 대구 팔공산엔 350m 짜리가 들어설 예정.

이에 질세라 소금산엔 길이 400미터의 유리다리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입니다.

[유리 다리가 조성되고 저 밑으로 기암, 암벽이 이렇게 있죠? 중국처럼 잔도 길이 쭉 조성돼요.]

전국에 출렁다리는 166개, 이중 100개 넘는 다리가 2010년 이후 생겨났습니다.

길이 경쟁으로 공사 규모도 커지면서 다리를 놓는 데 보통 100억 원이 넘게 들어갑니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비슷비슷한 출렁다리만 계속해서 만든다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경우도 반복해서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주변환경과 더불어 볼거리, 즐길 거리를 갖춰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하고 찾아오는 장소를 만드는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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