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유기견 놔둔 채 '후원금 먹튀'…100여 마리 '위기'

입력 2020-01-16 21:26 수정 2020-01-16 23:0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앵커]

전남 여수에 있는 한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 운영자가 후원금 통장을 들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많게는 수억 원을 횡령한 걸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걱정인 건 다시 버려질 위기에 처한 백여 마리의 유기견들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로는 개들 사진이랑 정보가 쭉 나와 있는데요.

전남 여수의 한 유기동물보호쉼터에서 올린 글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보호소에 있는 개들이 또다시 버려질 위기에 놓였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한번 보호소로 가보겠습니다.

터널을 지나 외진 길로 올라가면 보호소가 나옵니다.

언덕을 걸어서 올라오면 이렇게 초록색 철문이 나옵니다.

뒤쪽으로는 전부 차도라서 행인을 찾아볼 수 없는 인적이 드문 곳인데요.

제가 이렇게 문을 열려고 보니까 아래쪽에 자물쇠가 걸려 있어서 열리지 않는 상태입니다.

안쪽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 귀 기울여서 자세히 들어보면 안쪽에서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편함에는 지난달 전기요금 고지서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미납금액이 적혀 있습니다.

보호소 관계자들은 운영자가 돌연 잠적했다고 말합니다.

[오민철/자원봉사자 : 어느 날 갑자기 잠적해 버리니까. 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까, 도주했더라고. 통화는 26일 7시가 마지막.]

이 운영자는 그동안 보호소의 후원금을 관리해왔습니다.

최근 후원자들이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거부하다가 연락을 끊고 사라졌습니다.

횡령한 돈은 개인적인 채무를 포함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오민철/자원봉사자 : 본인 명의로 아니면 딸 명의로 해가지고 후원계좌를 받고 있었더라고요. 추산이 안 돼요. 통장 개설된 게 한두 개가 아니더라고요.]

후원계좌 옆에 적어뒀던 휴대폰으로 전화해봤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보호소 활동을 하며 홍보했던 소셜미디어 계정도 모두 비공개로 바꿨습니다.

취재진은 운영자가 살고 있다는 주소를 수소문했습니다.

이곳 보호소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운영자가 생활하는 펜션이 있다고 합니다.

후원 물품 일부도 그 펜션으로 받았다고 하는데요.

차를 타고 그쪽으로 이동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계세요?]

펜션 주인에게 운영자에 대해 묻자 이미 떠났다고 말합니다.

[펜션 주인 : 이사 나갔어요. 한 20일 됐어. 그 사람이 저기 살았어요. 전에는 개 물품이 많이 왔어요. 사료 같은 거.]

운영자가 살던 옆집과 마당을 같이 쓰는 바람에 애꿎은 펜션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합니다.

[펜션 주인 : 전화 오고 찾아오고 쪽지를 써 붙여 놓고. 펜션은 홈페이지도 다 내려 버렸어요, 지금. 진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에요.]

이튿날 보호소를 다시 찾았습니다.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박미선/자원봉사자 : 이번 일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일손 좀 도와볼까 하고.]

운영자가 도망간 뒤 상황은 처참했다고 말합니다.

[박미선/자원봉사자 : 완전 아수라장이었어요. 애들 밥도 물도 안 준 상태고. 애들 쫄쫄 굶고 있고. 난리도 아니었죠.]

봉사자들은 허탈한 심정입니다.

[박미선/자원봉사자 : 배신감이 엄청 크죠. 애들한테 신경 쓰고 항상 애들만 생각하자던 분이셨거든요.]

결국 사흘 전 운영자에 대해 횡령 혐의로 고소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당장 월세가 밀려 있어 쫓겨날 위기에 놓인 겁니다.

소유권 문제도 겹쳤습니다.

운영자가 비어있는 틈을 타 초기 운영자가 나타나 소유권을 주장한 겁니다.

봉사자들은 동물 학대 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절대로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민철/자원봉사자 : 내 소유의 애들인데. 왜 니들이 와서 소유권을 갖고 주장하냐 (하더라고요.) 동물학대죄로 해서 준비하려고 해요. (개들이) 지금 두 번 버림을 받았잖아요.]

지금 여기 개 두 마리는 지난달 인근 산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누군가 상자에 가둔 채 버렸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구조가 돼서 이곳 보호소에 들어오게 됐지만 한 달 만에 또다시 버려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인턴기자 : 조민희)

관련기사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