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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노량진역 앞 '생선 노점'…상인들은 왜?

입력 2020-01-14 21:26 수정 2020-01-1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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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년에 옛 노량진 수산시장이 문을 닫은 뒤로 일부 상인들이 노량진역으로 자리를 옮겨서 장사하고 있습니다. "구시장의 명맥을 잇겠다"고 얘기하는데요. 불편하단 민원도 있어서 밀착카메라가 취재를 해 봤습니다.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노량진역에서 나와서 수산시장으로 향하는 육교입니다.

그런데 이 육교에 이런 표지판이 붙었습니다.

수협이 막아서 육교로는 못 간다는 내용의 표지판입니다.

저 육교를 보시면 방수포가 위에 덮여 있고요.

이 주변으로는 비닐이 둘러싸여 있어서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 안에는 구시장 상인들이 100일이 넘게 농성 중입니다.

[(안녕하세요. 언제까지 여기 계세요?) 12시. (12시까지?)]

적게는 몇 명, 많게는 십수 명이 돌아가면서 천막을 지킵니다.

두 칸만 들어오는 난로로 추위를 버티고.

[양옥순/40년 차 구시장 상인 : (언제 주무세요?) 12시 넘어서. 앓아누워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육교 안에.]

교대가 끝나면 육교 안에서 눈을 붙입니다.

수협이 육교를 막은 건 3달 전입니다.

시장이 철거 준비에 돌입하면서, 시장 가는 길도 폐쇄한 것입니다.

이게 다 끝나면 육교를 철거하는 것만 남습니다.

[양옥순/40년 차 구시장 상인 : 이 다리가 없어지면 수산시장이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고. 우린 다리를 지키겠다고 올라가 있는 거죠.]

육교 밑엔 노점들이 들어섰습니다.

지난해 11월 구시장이 폐쇄된 뒤, 신시장 입주를 거부한 상인들이 설치한 것들입니다.

[강하서/서울 동부이촌동 : 이거는 얼마예요? (1만원.) 이거 한 봉지요? (네, 이거 1만원, 이거 2만원. 살아 있어.) 엄청 싼데?]

이렇게 굴이랑 해삼 같은 해산물을 사 오면 차림비만 조금 내면 옆에 있는 점포에서 바로 먹을 수가 있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구시장에서 했던 방식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김현주/서울 신대방동 : 길 가다 사회생활에 지치고 힘들면 이렇게 소주 한잔 마시면서 회포를 푸는 분위기가…]

상인들은 장사보다는 구시장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윤헌주/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 상인대표 : 그런 생각으로 노점을 편 건 아닌데, 그동안 수산물을 취급해 왔으니까 조그맣게나마 구시장 명맥을 잇는…]

하지만 이 노점들은 불법입니다.

지난 100일간 동작구청에 들어온 민원은 423건입니다.

통행이 불편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안준영/서울 신도림동 : 보기 좋아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10분 거리에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신시장이 있지만 상인들은 갈 수 없다고 합니다.

[김옥분/30년 차 구시장 상인 : 우리가 장사할 수 있는 조건만 되면 가야지. 그런데 그 조건이 안 되니까 못 가는 거지.]

신시장도 가봤습니다.

지난 2016년 문을 연 이곳 깔끔해 보입니다.

신시장 안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사방으로 뚫린 전통시장 구조 대신에 이렇게 백화점처럼 에스컬레이터가 생겼습니다.

점포들은 구역을 나누어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큽니다.

1층 문가나 에스컬레이터 주변만 장사가 된다는 것.

실제로도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신시장 B급 자리 상인 : 화장실하고 매점에 가려서 여기 뒤쪽으로는 장사가 더 안 돼. 매출 차이? 거기(구시장) 2분의 1밖에 안 돼.]

설계가 잘못됐다는 불평도 나옵니다.

[신시장 2층 상인 : 건어물 사려면 저쪽으로 가야 되고. 고등어 사려면 1층에 다시 내려가야 되고요. 손님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요.]

복도에 박스를 내놓지 않으면 장사를 못 한다고 할 정도로 좁고 임대료는 오히려 몇 배 뛰었다고 합니다.

소비자 역시 이런 문제를 체감합니다.

[신시장 이용객 : 훨씬 비싸네요. 임대료가 비싸서 그런가. 택배비 주고 사는 게 훨씬 경제적이에요.]

반면 수협은 노량진 시장 현대화로 오히려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임현우/수협노량진수산 경영기획부 : 말씀드린 대로 두 개 상권에서 하나 상권으로 합쳐지니 다시 흑자 전환이 된 거죠.]

이렇게 구시장은 철거를 앞두고 사방을 천으로 둘러놔서 안쪽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도 없게 됐습니다.

수산시장 상인들이 양쪽으로 나뉘어서 각자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이 시민들은 엉뚱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저렴하고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겠다'는 현대화 사업의 취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걸까요.

(인턴기자 : 조민희)
(영상디자인 : 박성현 / 영상취재 : 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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