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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삼성보호법 논란' 추적해보니…거수기였던 여당과 정의당

입력 2020-01-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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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삼성보호법 논란' 추적해보니…거수기였던 여당과 정의당


JTBC 뉴스룸은 1월 6일, 다음 달 시행 예정인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한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이 법은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막자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법이 국민의 생명·건강과 관련한 알 권리를 침해할 것"이라며 우려합니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제기한 '삼성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소송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깜깜이 투표'…민주당, 정의당 의원 "이런 법인 줄 몰랐다"

개정안 발의는 한국당 의원들이 주도했습니다. 발의와 논의 단계에서 노골적으로 "삼성"을 언급했습니다. 주목할 만 한 건 여당과 정의당의 모습입니다. 그동안 여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의 인권을 강조하고 삼성의 책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찬성한 206명 중에는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해 온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근로자들에게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안전교육만 해왔다.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추가 공개해야 환경 실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2016년 11월 민주당 신창현 의원)

"언제까지 삼성에서 일하다 청춘을 바친 노동자들이 산재 입증을 위해 힘든 투쟁해야하는지 안타깝다. 산재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
(2017년 6월 민주당 강병원 의원)

"삼성은 직업병 사망자가 산업재해 피해자임을 인정하고 향후 다시는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위 중재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
(2018년 7월 민주당 우원식 의원)

"삼성 백혈병 문제는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한 삼성의 경영방침이 불러온 비극이다. 정의당은 산재입증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현행 산재 보상제도의 맹점을 개선하겠다."
(2018년 11월 정의당 이정미 의원)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본회의에서 이 법안에 반대한 의원은 없었습니다. "당시 한일 무역 분쟁 때문에 우리 기술을 보호하자는 공감대가 강해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 이런 영향이 있을지 잘 모르고 투표했다"는 겁니다. 의원들의 해명을 들어봤습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신창현 의원 "이런 내용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산업기술보호법에 무슨 생명·건강 침해 관련 독소조항이 들어가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어요?"

민주당 강병원 의원 "제가 전반기 환노위에서 주장했던 내용과 대치되는 안 이었다, 그러면은 반대를 하거나 기권을 했겠죠. 그런 부분을 몰랐던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을 합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 "국회의 불찰이라고 생각해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이 만들어진 거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죄송한 측면이 있고…."

정의당 여영국 의원 "의원들이 어떤 때는 (법안을) 백몇십 개 씩 통과시키잖아요. 자기 상임위 소관 법률이거나 또는 쟁점 법안이 아니면 사실 내용 인지는 완벽하게 못하거든요."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기관'…반올림 "여당과 정의당, 적극적이지 않아 답답한 심정"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우리당 의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상임위원회 법안들은 정책위원회에서 의견이 제기된 것만 참고하는데, 그런 과정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특별한 쟁점이 없는 경우 본회의에서 형식적인 투표를 하게 된다"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의원 숫자가 적은 정의당은 이 법을 논의한 산자중기위원회에 의원이 없습니다. 이 개정안 논의과정에서 사실상 의견 개진을 할 기회가 없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기관입니다. 하루에 아무리 많은 법안을 처리한다고 해도, "내용을 잘 몰랐다"는 말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개정안 투표에 기권했던 민주당 손금주 의원의 얘기도 들어 봤습니다.

"법 자체가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살펴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모 아니면 도, 식으로 규제를 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산업기술보호 필요성이 있긴 한데, 예외 없이 '무조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상임위가 촘촘하게 법안 심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문제점을 뒤늦게 인식하고 지난달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14일 국회에서는 민주당 우원식, 신창현,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 주최로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립니다. 반올림은 "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이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있다. 문제 해결노력도 시민사회의 기대만큼 적극적이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다. 일부 의원들이 개정안을 냈지만, 시민사회가 제기한 문제의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반쪽 해결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의원들 "이런 법인 줄 몰랐다"지만…삼성 변호인 "이 사건 계기로 개정된 법"

여야 의원들이 "이런 법인 줄 몰랐다"고 하지만, 법안 통과 이후 삼성 측의 반응은 민첩했습니다. 2019년 8월 이 법이 통과되자, 2019년 9월 삼성디스플레이 소송 대리인은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산업기술보호법"을 언급합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기관이 비밀정보 대상을 오해하여 국가핵심기술을 공개함으로써 촉발된 이 사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진행 된 입법적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2019년 10월 삼성전자 소송 대리인이 제출한 준비서면에도 "이 사건 논란을 계기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국가핵심기술은 원칙적 공개 불가", "사실상 입법적 해결"이란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의원들은 "삼성 때문에 만든 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삼성 변호인은 재판부에 "이 사건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라고 설명하는 겁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점들은 삼성 변호인이 이 준비서면을 제출한 뒤에서야 비로소 시민사회에 알려지게 됩니다.
취재진은 삼성전자의 설명을 듣기 위해 "입법적으로 해결됐다고 인지한 시점과 그 의미, 생명과 관련된 부분은 정보 공개 금지에 예외를 둬야 한단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답변할 부분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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