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 이야기를 다룬 연극입니다. 갑작스런 사고나 재해가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일상하고 어떻게 겹쳐지는 지를 담담하게 풀어낸 얘기입니다. 그래선지, 이 연극의 제목엔 랑데부란 말이 붙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걷는 게 이상하대. 내 몸이 이상하다고는 생각 안 했지. 그냥 내가 사는 방식이 그래서 그런가 (했지).]
반도체 노동자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 사람들, 말끝마다 내 이야기는 아니라며 선을 긋습니다.
그러나 엄마에게 적은 용돈을 전하는게 미안하다는 아르바이트생의 고백은 일터서 얻은 백혈병을 앓던 20대 청춘이 되뇌인 말과 닮았습니다.
[미안하다고 엄마, 아빠한테. 돈 벌어줘야 되는데…]
산업재해 신청을 막으려던 회사에 맞선 시간은 노조를 만들려다 탄압당한 대형마트 노동자의 시간과 비슷합니다.
[니들 다 남편 잘못 만나서 이런데서 계산원 하는 거니까 비싼 옷 사 입지 말고 9900원짜리 옷이나 사 입어!]
연극은 필수품이 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왜 누군가는 죽거나 병을 얻어야 하냐는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정성경/연출가 : 10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겪었을 그분들의 경험과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거잖아요.]
언뜻 보면 남의 이야기지만 결국 나도 겪어 본 일임을 깨닫는 공감의 순간을 우주 속 두 우주선이 어렵게 만나는 모습과 닮았다며 랑데부라 이름 붙였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