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공항 가면 출국 수속에 유독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분들 계십니다. 사람도 너무 많아서 움직이기조차 어려울 때도 있고, 아예 비행기를 못 타기도 합니다. 밀착카메라가 그 이유를 알아봤는데요. 검색대 직원들이 무더기로 회사를 그만둔 영향인 걸로 보입니다.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이른 새벽, 서울 김포공항입니다.
[현재 출발 수속장이 매우 혼잡하니, 탑승 수속을 마친 손님 여러분께선 속히 출발장으로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승객들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아 제가 45분 비행기여서…]
바삐 뛰어가는 승객, 휴대전화를 보며 초조해하다 겨우 다른 줄로 들어가 통과됩니다.
지난 2일 이곳에선 탑승 수속이 지연돼 56명이 비행기를 타지 못 했습니다.
출국장의 X-Ray 검색 업무를 하는 보안검색요원들이 무더기로 퇴사했고, 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비판이 일었습니다.
[김포공항 관계자 : 검색대 오늘 다 열었을 거예요. 그래서 잘 빠지잖아. 대체인력 투입해서 다 열었어요.]
김해공항도 찾아가 봤습니다.
새벽 6시인데 시작과 끝이 어딘지 모르는 줄이 사방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줄 선 지) 이제 한 30분 된 것 같아요.]
[전우성/김해공항 이용객 : 되게 많네요. 월요일 치고 좀 많은 것 같아요, 평소보다.]
공항은 체크인 카운터 줄과 뒤섞여 무척 혼잡합니다.
앞으로 가질 못하니 몇몇은 짐 위에 눌러앉았습니다.
바닥에 앉아서 끼니를 때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곳곳에서 불평이 터져 나오고,
[저기 새치기하는데? 여기 줄 서 있는 사람 호구인 줄 아나.]
실랑이도 벌어집니다.
[아니, 여기까지 계속 서서 있었어. 여기로 서. (아, 저희가 단체라…) 우리가 계속 여기 서서 있었는데 그냥 가면 되는 거야?]
외국인 승객도 황당해합니다.
[(친구들이 줄 서고 있는데) 꽤 걸릴 것 같아요. 여행 많이 다니는데 여기 공항 상당히 붐비네요.]
승객들은 스스로 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재형/김해공항 이용객 : (몇 시쯤 오셨어요?) 7시요.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보안직원들이 퇴사했다는 기사를 봐서 예상보다 2~3배 걸릴 줄 알고 넉넉하게 왔어요.]
이런 식으로 공항에 한 3시간 전에 도착을 해도 안쪽 상황이 어떨지 몰라서 걱정하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못 타는 승객도 생기니 항공사도 난감합니다.
[항공사 직원 : 못 들어가서 저희 쪽에서 탑승을 못 시키기도 하고. 탑승 못 한 승객들은 환불해 달라든가.]
김해공항에선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보안검색대 직원들이 18명 퇴사했습니다.
김포공항에선 40명, 제주공항에선 20명이 그만뒀습니다.
검표나 경비까지 합하면 수는 더 많습니다.
전체 직원의 10% 이상이 갑자기 사라진 것입니다.
이들이 한꺼번에 퇴사해 출국에 필요한 절차가 더뎌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그만둔 걸까. 노조 측에 물어봤습니다.
[전 검색대 직원 : 20분 동안 밥 먹고 화장실 가고 담배 피울 사람은 피워야 하는 거죠. 밥 먹는 시간도 따로 공사에서 안 주니까.]
엑스레이를 보거나 여권으로 신원 확인을 하는 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데, 업무 강도가 너무 세다는 겁니다.
한국공항공사의 설명은 다릅니다.
직원들이 열악한 환경 때문이 아니라, 실업급여나 퇴직금을 받으려고 1년을 채우고 나간 거라고 했습니다.
결원을 예상해 대응도 다 해놨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을 확인해봤습니다.
갓 교육을 마친 신입 직원들이 업무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유니폼도 없이 급하게 나온 듯 합니다.
[검표 직원 : 충분히 교육을 어느 정도 받고 진행이 돼야 하는데 탑승권 찍으면서 배우라는 약간 그런 느낌으로.]
3개월 간 교육을 받아야 투입될 수 있는 보안 검색대에서는 기존 근무자들이 추가로 일을 해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전 검색대 직원 : 원치도 않는데 근무가 계속 이어지는 거잖아요. 자기 쉬는 날에도 근무를 나오라고 하니까.]
공항과 항공사에선 당장 설 연휴가 걱정이라고 합니다.
[김포공항 관계자 : 당장 이번 달 말이 설이잖아요, 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설 다가오고 그러면 또 그럴 거예요.]
노사의 설명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승객의 불편은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림 / 인턴기자 : 조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