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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아파트 지름길'…지나가려면 통행료 2천원?

입력 2020-01-06 21:13 수정 2020-01-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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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곳은 고속도로 톨게이트도, 유료 주차장도 아닙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정문입니다. 외부 차량은 이번 달부터 2천 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고 써 있습니다. 여기로 가지 않으면 시간이 3배가 더 걸린다고 합니다. 인근 주민들이 화를 낼 법하죠. 그런데 이 아파트 주민들의 얘길 들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갈등의 현장, 최규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최규진 기자]

외부 차량은 통행료 2000원.

이 아파트 내 400미터의 도로를 이용하려면 내야 합니다.

1월 1일부터 부과됐습니다.

[요금수납원 : (돈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뭐예요?) 글쎄, 뭐 주민들이 쾌적하게 살고 싶은데, 너무 차가 많이 들어와서 힘들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아파트 주민에게 물어봤습니다.

[찬성 주민 : 밤에 잠을 못 자. (밤에도 와요?) 많이 다녀요. 클랙슨 누르고 골치 아파요.]

교통사고와 불법 주정차도 막을 수 있다며 찬성합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에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동네 주민 : (차를 왜 돌렸어요?) 아니 방문 차량은 별일 없어서 넘어가려고 그랬는데 (돈 왜 받는지 알아요?) 몰라요. 주민이 아니라서. 막아 놓으면 어떡해.]

신림로는 서울에서도 유독 막히는 도로입니다.

아파트 앞에서 '난곡 터널'까지 거리는 약 1.9km, 20분 정도 걸립니다.

반면, 단지 내 도로를 통과하면 거리는 1.8km로 비슷한데, 15분 정도 단축됩니다.

인근 주민들이 이 길을 이용하는 이유입니다.

이 조치가 있기 전, 외부 차량은 1400대 정도가 이곳을 다녔습니다.

주민 차량은 1200대가량입니다.

아파트 측의 설명도 들어봤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 : 개인 땅(사유지)이라는 거죠. 외부 차량이 너무 많으니까. (구청에서) '통행료를 받아서는 안 된다' 이런 건 없어요…]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곳엔 도로가 있었습니다.

[반대 주민 : 내가 46년 동안 살았는데 여기 도로가 원래부터 쫙 있었어요. 세상에 나 이런 경우는. 아니, 여기가 무슨 공산국가냐고…]

단지 내 상인들도 반대합니다.

[반대 상인 : 저도 남의 땅도 밟고 남의 도로도 차로 이용합니다. 상가인한테도 주차료, 통행세 받겠단 거예요. 소송 걸 거예요. 동네에 살면서 윈윈(Win-Win) 해야지…]

담당구청에 가봤습니다.

사유지에선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구청 관계자 : 통행료를 받는 개념이라 단순히 못 다니게 한다는 건 아니라는 거죠. 반발이 있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리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논란의 '아파트 지름길'…지나가려면 통행료 2천원?

■ '3천원 통행료' 10여 년 갈등…인근 주민들 '차단기' 맞대응

경기도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이미 13년 전부터 3000원의 통행료를 부과했습니다. 그러자 인근 주민들은 주택단지 주변에 차단기를 설치했습니다. 맞대응을 한 겁니다.

서로의 통행도, 그리고 마음도 차단한 현장 이어서 하혜빈 기자입니다.

[하혜빈 기자]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입니다.

출입구에서 외부 차량의 통행을 막고 있는데, 정문을 나서면 차단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아파트 출입구에 있는 차단기는 아파트 측에서 정문 앞 도로에 있는 것은 인근 주택단지에서 설치한 겁니다.

원래 아파트 단지 안 길은 인근 주민들에게 경부고속도로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습니다.

[아파트 주민 : 낮에도 시끄러운데 밤엔 더 시끄럽잖아. 사고도 몇 번 났죠, 저기서.]

지난 2007년, 이 아파트는 통행료 3000원을 걷기 시작했고 인근 주택단지의 주민들과 10여 년간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올해 3월, 주택단지는 차단기로 맞대응을 시작했습니다.

주택단지 내부로 아파트 주민들이 다니지 못하게 한 겁니다.

[주택단지 관계자 : 타협이 안 되어서…우리 단지 내 도로인데, 자기들(아파트 주민)이 저쪽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쪽으로 막 다니니까…]

결국 양측이 법정 다툼까지 하게 되면서 지난 3월부터 통행료 부과는 잠정 중단됐습니다.

갈등을 풀기 위해 지자체가 나선 곳도 있습니다.

서울의 또 한 아파트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돈을 받다가 8월부터 멈췄습니다.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 지자체는 판단했습니다.

[구청 관계자 : 아파트 내 부대시설 주차장이나 도로 같은 경우 영리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법제처의 법령 해석이 나와 있기 때문에 법리상에도 맞지 않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전문가들은 도시 계획의 단계에서부터 보다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주택이나 아파트 단지가 고급화되면서 단지 내부 출입이나 통행을 둘러싼 갈등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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