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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Brace for impact! 현실로 다가온 우려

입력 2020-01-03 11:49 수정 2020-06-05 10:51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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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7)

탑승객 155명을 태운 여객기를 미국 뉴욕의 허드슨강에 기적적으로 착륙시킨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죠.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도 만들어졌고, 실제 상황에서도 영화에서도 기장은 위기의 순간에 앞서 승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Brace for impact)!"

 
[박상욱의 기후 1.5] Brace for impact! 현실로 다가온 우려


이 표현은 단순히 여객기에서만 쓰이는 표현이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쓰입니다. 위기를 앞둔 상황에서 말이죠.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에 빠진 우리에게도 정부는 "Brace for impact!"를 외쳐야 할 때입니다. 단순히 '우린 잘 하고 있다'며 넘어갈 때가 아니라요.

 
[박상욱의 기후 1.5] Brace for impact! 현실로 다가온 우려 (사진: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기획취재설명서|기후변화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박상욱 기자

  • ① 온난화는 없다는 그대에게
  • ② 0.5도가 부른 큰 차이
  • ③ 10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 ④ '격려'가 아닌 '반성'과 '행동'이 필요해
  • ⑤ '온실가스 증가=경제 성장' 프레임 비틀기
  • ⑥ 적응에 능한 우리나라

앞선 취재설명서에서 우리의 기후변화 적응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감은 아직 아쉬운 부분들이 많지만 적응만큼은 잘 하고 있다고요. 우리가 실제 기후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적응 노력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또, 우리의 자연적인 조건, 바로 지리적인 위치 덕분입니다.

적도 부근이나 다른 중위도 국가들보다 조금은 악영향을 덜 받는 편인 거죠. 그로인해 기후변화에 정부도 우리 모두도 더 둔감해질 수 있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Brace for impact! 현실로 다가온 우려 (자료: 국토환경정보센터)


2050년,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영향을 내다본 지도입니다. 전국은 아열대권에 진입하고, 고산침엽수를 비롯한 소나무들이 고사 위기에 빠진다는 내용입니다. 진해에선 더 이상 벚꽃축제가 불가능해지고 강원도의 스키장은 '물썰매장'으로 바뀐다고도 하고요. 당장 우리의 '생사'와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사과 재배지가 지금보다 더 북상하게 되고, 반대로 키위 재배지는 넓어집니다. 이제 참치는 동해에서도 잡을 수 있게 된다고 하고요. 벼 생산량이 5~10%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우리가 주로 재배하는 농작물이나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종류가 바뀌는 정도지 '굶어죽진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십상입니다.

여러모로 기술의 발달로 '적응'도 잘할뿐더러, 지리적으로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그래서 소위 '영향'이라고 해도 그리 크지 않다… 기후변화로부터 생존하려면 적응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적응이 기후변화의 본질을 숨기는 역할을 해선 안 됩니다. 그리고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적응의 '착시효과'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적응에 능하다 할지라도 기후변화의 타격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지금까지의 취재설명서에서 '전 지구적 차원'으로 기후변화를 다뤄왔다면 이번 설명서에선 전적으로 한국의 입장만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그 우려를 써보겠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당장 수출 시장, 특히 대(對) EU 시장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있게 됩니다. EU는 올해부터 역내 자동차를 판매하는 모든 브랜드에 일괄적으로 탄소배출량 규제에 나섭니다. 단순 규제가 아니라 '벌금'을 매기는 방식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각 브랜드가 올 한 해 동안 판매한 모든 자동차들의 탄소배출량이 평균 95g/km 이하여야 하는 겁니다. 이를 초과하면 1g당 95유로씩 판매 대수만큼 벌금을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업체가 100대를 판매했고, 평균 탄소배출량이 100g/km이었다면… 5*95*100=4만 7500유로의 벌금을 내야하는 거죠.

95g/km라는 수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가솔린, LPG 할 것 없이 122~133g/km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냅니다. 경차인 기아자동차 모닝도 101~111g/km에 이릅니다. 해외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는 제네시스의 경우 186~217g/km(G80, G90)에 달하고요. 217g/km이면 기준치의 두 배를 훌쩍 넘습니다. ICE(Internal Combustion Engine, 내연기관) 차량 중에 이 수치를 만족하는 차는 단 한 대도 없는 셈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Brace for impact! 현실로 다가온 우려 (자료: 각 제조사)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도 쏘나타(79~83g/km), 니로(79g/km) 등 평균값을 낮추기엔 그 영향이 크지 않습니다. 즉, EU 내 판매량의 대부분을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채워야 할 정도죠. 지금의 국내 자동차 브랜드가 내놓은 차량 목록으로 봐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기관들의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기관에 따라 액수는 달라집니다만 현대기아차가 3828억 원(SNE리서치)에서 최대 8000억 원(한국신용평가)에 이르는 벌금을 내년에 부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U가 이처럼 탄소 문제에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히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됐기 때문이죠. 이 같은 규제는 비단 자동차를 넘어 다른 산업 분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어느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다음 주 취재설명서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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