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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성탄절 앞두고 '극단적 선택'…그들은 왜

입력 2019-12-3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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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가족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현장을 찾아서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지 밀착카메라가 살펴봤습니다. 제도만으로는 이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돕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가족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곳 시청 앞에 임시분향소가 마련됐었는데 지금은 모두 치워진 상태입니다.

이 가족은 빚과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야만 했을까요.

취재진은 사건 현장을 찾았습니다.

업체가 유품을 정리 중입니다.

집안 여기저기엔 붉은색 압류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우상욱/유품정리업체 대표 : 기타 여러 현장 가보면 사실 뭐 과반 이상이 거의 생활고…]

싱크대엔 그릇들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장난감이 바닥에 뒹굽니다.

사람의 손길이 여전히 느껴집니다.

[우상욱/유품정리업체 대표 : 밥이 그 자리에 고스란히 해 놓은 채로 있는 경우도 있고.]

숨진 가족이 발견된 건 지난 23일.

크리스마스를 이틀 남긴 날이었습니다.

[이웃 주민 : 한 번도 못 올라와 봤어요. 교류가 없으니까. 길거리에서 만나면 인사할 정도지.]

모두 정리된 텅 빈 방.

이곳에서 가족들은 수년을 견딘 것으로 보입니다.

연이은 사업 실패로 가족은 1억 넘는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월 소득으로 200만 원이 잡혀 있어 각종 지원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주민센터를 찾았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 2013년도 이때 차상위계층 신청하셨는데 소득인정액 초과한 걸로 (지원을) 다 못 받으셨죠.]

소유한 차와 보증금 때문에 차상위계층 지정도 신청했지만 되지 못했습니다.

이웃들은 채권자들이 자주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근처 상인 : (사채업자들 찾아왔나?) 네, 그랬어요. 와서 여기 사느냐, 언제 들어오고 언제 나가느냐 물어보고. 금전 관계 때문에 몇 번 왔었어요.]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유가족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유가족은 통화에서 "일가족이 작년까지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며 "사채 업자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차압을 하고 파산신청도 하지 못하게 막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수개월 협박을 받았다는 겁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 저희 전산망에는 사채는 나오진 않거든요. (파산 신청은?) 그것도 저희가 조회는 안 됩니다.]

경찰 관계자는 문자, 통화 내역을 포렌식 했는데 아직까진 특별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며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6개월간 경제적인 이유와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알려진 것만 일곱 건입니다.

서른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서창호/반빈곤네트워크 사무처장 : 현재 복지제도가 근로능력이 있으면 기초생활보장에 탈락되게끔 돼 있습니다.]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다른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창호/반빈곤네트워크 사무처장 : (저소득층이) 제1금융권의 대출은 구조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는 거고. 제3금융권이 고금리에 있다 보니까 오히려 악순환에 놓여…]

이번 대구 일가족도 기존 시스템으로는 지원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 채권자들에게 압박을 받았습니다.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지난해 경제적인 이유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3천 300명에 달합니다.

버티고 싶지만 그마저도 방해하는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한계에 내몰린 사람들이 포기하는 일이 더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촘촘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영상디자인 : 조성혜 / 인턴기자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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