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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적응에 능한 우리나라

입력 2019-12-31 14:08 수정 2020-06-05 10:51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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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6)

기후변화 대응의 두 축, 감축(Mitigation)과 적응(Adaptaion). 감축은 말 그대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일을 의미합니다. 적응은 기후변화로 인한 파급효과에 대처하는 일을 일컫습니다. 폭염이나 혹한에 외출을 자제하는 것부터 가뭄에 대비해 저수지를 늘리고 상하수도 시설을 개비하는 일 등도 적응에 속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적응에 능한 우리나라


당연히 감축과 적응 두 가지를 모두 잘 이행해야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지구가 되겠지요. 온 지구 곳곳에서 온실가스를 뿜어대는데 나 홀로 감축만 잘한다고 살아남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반대로 감축은 하지 않고 적응만 해나간다면 지구는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적응에 능한 우리나라


 

기획취재설명서|기후변화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박상욱 기자

  • ① 온난화는 없다는 그대에게
  • ② 0.5도가 부른 큰 차이
  • ③ 10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 ④ '격려'가 아닌 '반성'과 '행동'이 필요해
  • ⑤ '온실가스 증가=경제 성장' 프레임 비틀기

앞선 취재설명서에선 감축 문제를 주로 다뤄왔습니다. 그렇다보니 너무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됐었는데요, 우리가 잘 해내고 있는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적응'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적응에 능한 우리나라


감축과 적응, 두 축을 x와 y로 표현해봤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디에 해당할까요. 지금까지의 상황을 지켜보면, A에 가깝습니다. 기후변화가 그저 먼 일로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적응'에 능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듯합니다. 일례로, 가뭄을 들 수 있습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여름철 심심찮게 신문의 1면을 차지하는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쩍쩍 갈라진 논밭의 모습 말입니다. 조금이라도 비가 적게 오면 어느덧 땅은 갈라지고, 급수차를 동원해 물을 뿌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역대 최악의 폭염을 지낸 최근 몇 년 새 이 같은 사진을 신문 1면이나 방송의 톱뉴스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농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서일까요? 아닙니다.

가뭄은 크게 기상학적 가뭄, 농업적 가뭄, 사회경제적 가뭄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올해도 지난해도 기상학적으로는 가뭄이었고, 불과 지난달까지도 기상학적 가뭄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저수지 등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시설이 늘었고, 곳곳에 상수도가 연결되면서 기상학적 가뭄과 농업적 가뭄의 차이가 커졌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적응에 능한 우리나라 11월뿐 아니라 12월에도 기상학적 가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료: 기상청)


"우리나라는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입니다"라는 말, 많이들 접해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아니, 언제나 틀면 나오는 수돗물인지라 "수도꼭지처럼 틀면 나온다"는 관용구까지 있는 마당에 '물 부족'이라니…', '사하라처럼 사막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토 대부분이 산이요, 곳곳이 푸른 나무인데 '물 부족'이라니…' 바로 이런 생각이 드는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논란 끝에 저 표현은 사라졌습니다. 유엔이 지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엔이 아닌 PAI(국제인구행동연구소)의 조사 결과인 것이 뒤늦게 드러났죠.) 그런데, 유엔으로부터 '물 부족' 평가를 받진 않았어도 '물 스트레스 국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강수량이 고르게 분포되기보다 여름에 집중되고, 비가 오더라도 산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빠르게 바다로 빠져나가곤 합니다. 기본적으로 물을 담아두기 어려운 환경인 겁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여름에 비가 적게 오고 있죠. 비가 적게 오면서도(기후변화) 수도꼭지를 언제든 돌릴 수 있는 것, 마실 물 걱정이 없는 것은 상수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적응)과 막대한 식음수 수입량(이 역시 적응) 덕분입니다.

여름이면 각 지자체들이 준비하는 무더위 쉼터, 소득수준에 따라 지급되는 에너지 바우처 등도 적응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보다 크게 앞선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친환경차 관련 각종 지원입니다.

현재 노후경유차를 폐차하면 '조기폐차지원금'이 지급됩니다. 또,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한 친환경차에는 '구매보조금'을 주고 있죠. 단순히 기름과 모터로만 움직이는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 고용량의 배터리를 달아 '세미 전기차'처럼 사용할 수 있는 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테슬라로 대중화가 앞당겨진 EV(Electric Vehicle, 전기차),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연료전지차) 등이 대상입니다.

적어도 자동차 부문에 있어선 그 어느 나라보다 '시민친화적'인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이런 지원금이나 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또, 올 겨울부터 조금씩 도입되기 시작한 LEZ(Low Emission Zone, 저공해지역)는 이미 주요 선진국들에선 제도가 자리 잡은 상태입니다. 해외에선 LEZ를 넘어 ULEZ(Ultra Low Emission Zone, 초저공해지역) 등 더 세분화되고 있고요. 이런 운행제한지역은 더 넓어지고 있고, 기준은 더 강화되고 있으며, 벌금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적응에 능한 우리나라 영국 런던의 LEZ 개황 (자료: 환경부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 홈페이지)


위의 영국의 경우, LEZ(왼쪽 지도)는 2001년 발의돼 2008년 2월부터 시행됐습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찾아오는 시기뿐 아니라 365일 24시간 상시 운영되는 방식이고요. 이젠 그 중에서도 도심 지역은 ULEZ로 설정됐습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 다수의 국가들이 이와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미국도 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강력하게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지원을 더 해주는 나라는 없지만 규제를 더 하는 나라는 많은 거죠.

그리고 기업이나 사업장의 탄소배출량을 규제하면서도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거래제 자체를 놓고 논란이 여전하지만 말이죠. 이 탄소 시장 자체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보니 논란 역시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추후에 이 부분을 아예 따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만 정부가 '수소경제'를 외치며 새로운 에너지원을 대대적으로 찾아 나선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수소경제'가 넘어야 할 수 많은 산에 대해서도 추후에 보다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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