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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베이비 박스' 10년…가슴 아픈 '아기 울음'

입력 2019-12-30 21:50 수정 2019-12-30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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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려지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베이비 박스가 올해로 십 년째입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허가된 시설이 아닌 데다가, 후원도 줄고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걱정스런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가방을 잔뜩 멘 여성이 걸음을 옮깁니다.

짐을 내려놓고 작은 문을 엽니다.

하얀 겉싸개로 감싼 갓난아이를 넣습니다.

문을 닫고는 곧바로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습니다.

여성이 아이를 놓고 간 곳은 이렇게 교회 벽에 마련된 작은 박스입니다.

신생아 한 명이 딱 들어갈 정도의 크기인데요.

안쪽을 열어서 보시면요, 이렇게 높이랑 그리고 깊이가 채 두 뼘이 되지 않는 정도의 작은 사이즈입니다.

이쪽에서 문을 열면 안쪽에 알람 벨이 울려서 이 아이를 바로 데려갈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여기 보시면 이렇게 아이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을 수 있는 작은 쪽지도 마련이 돼 있습니다.

10년 전 서울 신림동의 한 교회에 만들어졌습니다.

버려질 위기에 놓인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1682명의 아이가 이곳을 거쳐갔습니다.

올해에도 167차례 벨이 울렸습니다.

[이종락/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목사 : 아름다운 그 멜로디 같지만 밤에 울릴 때는 너무나 가슴이 막 이렇게 심장
뛰어. 이 소리가 또 굉장히 커요, 밤에는. 생명이 들어왔다는 소리잖아요.]

현재 6명의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데, 가장 큰 아이는 생후 7개월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5월에요. 올해 5월에. (생후 지금 7개월?) 네, 7개월.]

봉사자들 품에 적응하기도 전에 입양이 되거나 보호시설로 보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의 경우, 다시 데려가겠다는 엄마의 약속에 이곳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임선주/베이비박스 운영팀장 : 이혼을 준비하시면서 낳으셨는데. 어머님이 조금 많이 아픈 병이 이제 발견되셨어요. 치료가 조금 늦어지고 있어서…]

봉사자들이 하루에 몇번씩 교대로 아이를 봐서인지, 낯가림이 없습니다.

[임선주/베이비박스 운영팀장 : 낯은 안 가려요. 워낙 이제 하루에 만나는 사람이 많다 보니까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이처럼 부모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아이는 전체의 8% 정도, 대부분 미혼모 가정입니다.

[A씨/미혼모 : 계속 울었죠, 가면서. 또 울고 올 때도 울고 해가지고. 그래서 놓고 와서 저녁 에 너무 마음이…돈도 없었지만 돈 빌려서 일주일 만에 다시 데리러 갔었어요.]

이 교회는 미혼모들을 3년간 후원해주고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오면 이렇게 후원받은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쪽에 보시면 기저귀가 사이즈별로 쌓여있는데요.

지금 이게 특대형 사이즈이니까 한 아이당 한 달에 150개 정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엔 기부받은 장난감이랑 그리고 인형 같은 것들이 놓여있는데요.

매달 90여 가정에 보내지다 보니까 이게 한 달치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래쪽에 있는 상자가 매달 가정에 보내지는 베이비 키트인데요, 여기 보시면 분유통이랑 그리고 장난감 그리고 아이가 입을 옷까지 함께 쌓여있습니다.

베이비박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있지 않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순 없습니다.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주일/서울 우면동 : 아이들이 크면서 이제 안 입게 되는 옷들 중에서 좀 쓸 만한 것들 있으면. 계절 바뀔 때마다 그때마다 좀 드리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개인 후원이어서 다음달 상황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5년 전 경기 군포의 한 교회에도 베이비박스가 생겼습니다.

100명 넘는 아기가 거쳐 갔습니다.

[김은자/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권사 : 오늘 오전에 태어났으면 저녁에 오는 아이도 있고요. 항상 대기하고 있고요
24시간. 성도들이 헌금하고 그걸로 해서 (운영해요).]

신도 7명은 아이를 직접 맡아 키우게 됐습니다.

[B씨/가정위탁모 : 저희가 부유하거나 자녀가 없거나 그런 개념은 아니거든요. 먹고 자고 그러면 식구가 된다고 하잖아요. 아이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지난해 영유아 유기를 막기 위해 산모가 익명으로 아이를 낳고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특별법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1년째 국회에 그대로 있습니다.

[이종락/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목사 : 계속 이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요. 법이 빨리 하루속히 통과되어져서 우리나라에 태어난 생명들은 정말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나온 아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세상인 이 작은 상자.

이곳에서 맞이할 새해는 어떤 모습일까요.

(인턴기자 :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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