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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잇단 백혈병…무슨 일 있길래

입력 2019-12-25 21:06 수정 2019-12-2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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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무거운 소식입니다. 지난 7월에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 화학연구원이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 연구소에선 지난해에도 화학연구원이 백혈병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료들은 "해당 연구원들이 공통적으로 벤젠과 같은 발암물질을 다뤘다"고 증언했습니다.

전영희 기자입니다.

[기자]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입니다.

1000명이 넘는 연구원 중 화학분야는 37명.

지난 7월 화학분야 조모 연구원이 4년여 투병 끝에 백혈병으로 숨졌습니다.

[동료 연구원(음성변조) : 평상시에 많이 다루는 물질이에요. 톨루엔, 벤젠… 동료로서 너무 참담했죠. 같은 유해 환경에 노출된다.]

벤젠은 대표적인 발암물질입니다.

백혈병에 걸린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도 벤젠을 다뤘습니다.

올 초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SDI 연구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연구소에선 지난해 11월에도 화학분야 김모 연구원이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김씨의 재해경위서입니다.

2001년 입사해 발병 시점인 2016년까지 연구과제 138건을 수행했습니다.

이 중에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들도 있었습니다.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연구들입니다.

[이원범/한국생산기술연구원 노동조합 지부장 : 폐플라스틱 같은 경우 재활용하면 유해가스가 발생할 확률이 높죠.]

동료들은 연구실 배기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실험실에서 유독가스가 새어나와 냄새가 진동하고, 건물 주변 나무와 풀이 말라죽기도 했다"는 겁니다.

[유족(음성변조) : 아이들이 실험실에 가서 사진 한 장만 찍고 나오자고 했더니, 환기 시설이 지금 작동 안돼서 아이들이 거기 들어가는 게 찜찜하다고 그러더라고요.]

김씨와 조씨 유족 모두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습니다.

연구원 측은 "2014년 환기시스템을 정비해 지금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공단에 보낸 의견서에선 "유해요인을 완전히 차단할 순 없다"며 책임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이 연구소에선 연구실 안전 관리를 담당하던 행정 직원도 4년 전 백혈병에 걸렸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본인은 산재를 신청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곧 역학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인턴기자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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