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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⑤ '온실가스 증가=경제 성장' 프레임 비틀기

입력 2019-12-24 08:37 수정 2019-12-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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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⑤ '온실가스 증가=경제 성장' 프레임 비틀기

"1인당 GDP의 증가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온실가스 증가의 원인을 분석한 내용입니다. '경제 성장=온실가스 증가'라는 거죠. 지난주 취재설명서에서 이 프레임을 깨야 앞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넘어 지구 자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그 방향을 찾기 위한 '힌트'를 찾아보겠습니다.
'경제 성장=온실가스 증가' 프레임을 깨는 통계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바로 유럽의 사례입니다.

 
[취재설명서]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⑤ '온실가스 증가=경제 성장' 프레임 비틀기

자료: EU집행위 기후변화총국

EU는 1990년부터 꾸준하게 탄소배출을 줄여왔습니다. 2017년 기준, 배출량은 22% 줄었고, 농도는 무려 50%나 줄었습니다. 그 사이 GDP는 58%나 늘었습니다. 물론, 이 같은 결과는 유럽과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다름에서도 비롯됩니다. 소위 '굴뚝 산업'에 대한 비중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좌우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EU라고 해서 모든 회원국이 '국제금융의 허브'인 것은 아닙니다. EU에도 굴뚝은 있습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EU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더 높이고 보다 적극적인 규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적극적인 규제'라 함은, EU 역내에서의 규제를 넘어 역외에도 규제를 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와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도 감지됐습니다. 특히 EU 국가들 중에서도 프랑스는 자체적으로 탄소세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고요. 당시 이를 접한 우리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레토릭에 불과하다"며 평가 절하했습니다. 그저 해당 공직자가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이 아닙니다. 회의 내용을 환경부 출입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이었습니다.

 
[취재설명서]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⑤ '온실가스 증가=경제 성장' 프레임 비틀기

그런데 최근 EU집행위원회가 '국경탄소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융커 체제가 저물고 새롭게 출범한 폰데어라이엔 체제의 EU의 첫 번째 우선순위가 기후변화인 만큼 조만간 윤곽이 나올 걸로 예상됩니다. 국경탄소세는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한, 그 중에서도 탄소 저감이 미흡한 국가나 기업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겁니다. 외신들은 이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여기에 큰 영향을 받을 나라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레토릭에 불과하다"며 EU의 환경정책을 평가했던 것은 비단 정부만의 일이 아니었나봅니다. 당장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도 2020년을 앞두고 갑자기 분주해진 모습입니다.

EU는 내년부터 국산차·수입차 할 것 없이 판매되는 모든 차량의 탄소 배출량의 규제를 강화합니다. 많이 알려진 유로5, 유로6 등의 배출기준을 설정하는 것을 넘어 탄소 배출량에 따라 일종의 벌금을 매기는 겁니다.

각 브랜드가 판매한 자동차 전체의 평균 배출량은 km당 95g을 넘길 수 없고, 이를 넘기면 g당 95유로의 벌금을 내야합니다. 당장 현대기아차 가운데 내연기관 자동차 중 이 기준을 충족하는 자동차는 단 한 대도 없습니다. 연구기관이나 환경단체들은 벌금의 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할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평균값을 낮추려면 반드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의 판매를 늘려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취재설명서]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⑤ '온실가스 증가=경제 성장' 프레임 비틀기

이렇다보니 기아차 이베리아(스페인) 법인은 지난 10월부터 각 대리점들에 "친환경차의 출고와 등록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올해 들어온 계약이라 할지라도 평균 배출량의 계산을 시작하는 내년 1월 1일부터 출고하라는 거죠. 현대차는 현재 판매중인 전기차 '코나EV'를 내년부터 체코의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입니다. 또, 출시를 앞둔 신형 전기차도 국내나 미국이 아닌 유럽에 먼저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EU가 이 같은 규제를 예고한건 2014년부터였습니다. 갑작스럽게 "내년부터 벌금을 매기겠다"고 선언한 게 아니죠. 그럼에도 국내 업계가 이처럼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설마 이걸 진짜 시행하겠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타국 정부의 강력한 탄소규제 방침에 "레토릭일 뿐"이라고 한 환경부 고위 관계자의 말과 묘하게 비슷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산화탄소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분야는 또 있습니다. 바로 철강입니다. 펄펄 끓는 고로는 무엇을 태워 그 온도를 낼까요. 석탄입니다. 지난해 미세먼지 배출 1위, 온실가스 배출 1위는 모두 포스코 차지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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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업계 1, 2위를 다투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단순히 배출량 순위만 높은 게 아닙니다. 몰래 불법으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가 제철소가 위치한 지역의 지자체로부터 올해 '조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죠. 업종 특성상, 고로를 멈추면 천문학적인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아직 그 처분이 확정되진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철업이 배출량 순위로 최상위권을 휩쓸고, 이처럼 관련법을 어긴 가운데 지난 10월 '훈훈한 뉴스'가 나온 겁니다.

 
[취재설명서]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⑤ '온실가스 증가=경제 성장' 프레임 비틀기

바로,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모든 철강 제품에 걸쳐 환경성적표지(EPD) 인증을 받았다는 소식입니다. 특히 후판과 열연제품의 경우, 이중에서도 높은 등급의 인증인 '저탄소 제품 인증'도 받았습니다. 국내 철강업계 최초의 일입니다. 포스코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가장 많이 미세먼지를 배출했지만요.

환경성적표지는 환경부가 2001년 도입한 제도입니다. 원료 채취 단계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반을 평가해 "환경친화적 제품입니다"라고 정부가 인증해주는 거죠. 정부 인증을 받은 포스코의 철강제품을 사용해 건물을 지으면 녹색건축인증 심사 때 가산점도 받을 수 있습니다. 건축물 기준 완화, 세금 감면이라는 혜택도 받을 수 있고요. 정부가 인정한 친환경 철강업체의 친환경 철강제품이니만큼, EU의 탄소 규제나 탄소세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취재설명서]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⑤ '온실가스 증가=경제 성장' 프레임 비틀기

다시 우리의 대응 이야기로 넘어와 보겠습니다. 기후변화의 대응이 감축(Mitigation)과 적응(Adaptation)의 두 축으로 이뤄진다고 앞선 취재설명서에서 설명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됐습니다만 우리가 잘 해내고 있는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적응'입니다. 이에 대해선 다음 주 취재설명서에서 보다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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