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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격려'가 아닌 '반성'과 '행동'이 필요해

입력 2019-12-16 09:00 수정 2020-06-05 10:49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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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

한국은 파리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최초로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감축했고, 2022년까지 6기를 더 감축할 예정입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기후행동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때 문재인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국제사회에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설명한 겁니다.

기조연설에 언급된 폐기 대상 10기의 발전 용량은 4740MW(메가와트)에 달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7기의 석탄발전소가 건설될 계획입니다. 이 7기의 발전용량은 무려 7260MW. 도리어 발전량이 증가하는 셈입니다. 자연스레 이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인허가가 완료된 발전소로, 현 정부는 신규 석탄발전소를 인허가한 적이 없을뿐더러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격려'가 아닌 '반성'과 '행동'이 필요해

기존에 있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기하고 앞으로 더 줄여나가려 한다는 점은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감축 목표나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프랑스는 2022년, 영국과 이탈리아는 2025년, 덴마크는 2030년, 독일은 2038년까지 탈석탄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우리는 '탈석탄'을 외치긴 했지만 '언제', '어떻게'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한 상황이고요. 그렇다보니 위의 비판은 특정 정권을 향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의 에너지 정책 흐름 전반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미세먼지의 경우, 각종 필터를 장착해 굴뚝 밖으로 나가는 먼지들을 붙잡아둘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온실가스는,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는 아직 줄여나갈 도리가 마땅치 않습니다. 석탄뿐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불에 태우면 탄소배출은 필연적이니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격려'가 아닌 '반성'과 '행동'이 필요해 자료: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최고효율의 석탄발전소라 할지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05g/kWh로, 일반적인 석탄화력발전소(880g/kWh)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LNG를 이용한 화력발전은 kWh 당 420g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냅니다. 아무리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석탄발전소라 할지라도 석탄은 석탄일 뿐인 겁니다.

전체 전력생산에서 석탄발전의 비중이 줄어들 때, 그 때 비로소 '탈석탄'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겁니다. 사실, '탈석탄'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비중이 줄어들려면 석탄발전의 발전량(분자) 자체가 줄거나 재생에너지나 최근 석탄발전의 '임시 대안'으로 언급되는 LNG의 발전량이 늘어 전체 분모를 늘리는 수밖에 없겠죠. 그렇게 점차 줄여나가는 것을 흔히들 '페이즈 아웃(Phase out)'이라고 합니다. 어떤 것을 점차 줄여나가면서 다른 대안을 모색해 나가는, '단계적 중단' 방식입니다. 괜한 '탈OO'이라는 급진적 표현은 맞지도 않을뿐더러 쓸 이유도 없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격려'가 아닌 '반성'과 '행동'이 필요해

앞선 취재설명서에서 기후변화의 대응이 감축(Mitigation)과 적응(Adaptaion)의 두 축으로 이뤄진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두 축에 따라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세웁니다. 우리가 흔히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는 '온실가스 로드맵'도 이 계획에 담긴 내용입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2차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엔 1차 계획에 대한 평가도 담겨있었습니다.

"①국가목표를 설정했고 ②기후변화 대책을 수립했으며 ③제도적 기반을 구축했고 ④전문역량을 강화시켰을 뿐더러 ⑤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기여했다"는 게 정부의 자평입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0년과 2030년을 목표로 '국가 온실가스 로드맵'을 수립했고,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재생에너지 3020 보급목표 계획'도 만들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선도적인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안착시키기도 했습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도 만들어 문을 열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짰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수단도 만들었으며 컨트롤타워도 세운 셈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격려'가 아닌 '반성'과 '행동'이 필요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해마다 기록 경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배출량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2017년, 7억 9백만 톤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데에 이어 2018년에도 7억 2500만 톤으로 또 다시 기록을 깼습니다. 대책도 세우고, 제도도 마련하고, 전문역량도 키웠는데 말이죠. 왜 실패했다고 반성하는 사람, 책임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걸까요. 목표치보다 2017년엔 약 9500만톤, 2018년엔 1억톤 넘게 더 뿜어냈는데 말이죠.

"1인당 GDP의 증가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부의 분석 결과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이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듯, 자연스러운 프레임이 만들어집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격려'가 아닌 '반성'과 '행동'이 필요해 자료: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

그런데 분야별 상승률을 보면 이 프레임은 금방 깨집니다. 에너지 발전 분야는 당초 계획보다 25.2%나 더 뿜어냈고, 수송도 22.1% 초과했습니다. 산업 분야의 차이는 다른 분야보다 계획과의 격차가 좁았습니다. 에너지와 건물, 수송에선 정부의 역할이 막대합니다. 해외와 달리 에너지 공급은 모두 한전을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수송과 건물의 탄소 배출은 정부의 규제를 통해 직접적인 '관리'가 가능한 분야기도 합니다.

물론, 산업계도 각성이 필요합니다. 격차가 상대적으로 좁았다는 게 '잘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과 달성'했다면 모르겠지만요.

이런 가운데 정부는 새 계획에서 야심찬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 3600만 톤으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남은 시간은 불과 10년 안팎. 2018년 배출량이 7억 2500만 톤이고, 처음 '온실가스 로드맵'을 만든 12년 전(2007년 5억 7950만 톤)보다도 적습니다. 지금까지 늘려온 것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줄이겠다는 겁니다. 과연, 이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요.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경제 성장=온실가스 증가'라는 프레임을 '맞다' 또는 '틀리다'로 판단하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려면, 이 프레임을 깨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프레임을 깨는 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닙니다. 이미 깬 사례가 있으니까요.

그 사례가 무엇일지, 이어지는 취재설명서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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