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런 가운데 12.12사태 때 미국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비밀 문서들이 40년 만에 공개됐습니다. 이 문서를 보면 미국은 처음부터 12.12를 사실상 쿠데타로 봤습니다. 또 북한이 쳐들어올 조짐이 보인다며 신군부가 미국을 설득하려 했던 정황도 담겼습니다.
이어서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1979년 12월 12일, 주한 미국대사관은 본국의 백악관으로 기밀 문건 하나를 전달합니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국가안보보좌관 앞으로 발송된 이 문서의 제목은 '한국의 쿠데타'.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이 군사 쿠데타의 전형적인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권력의 고삐가 강경파로 알려진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손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도 적었습니다.
전두환을 주축으로 한 신군부가 무력으로 정권을 잡으려 한다는 걸 미국 정부가 파악한 내용입니다.
하루 뒤, 백악관이 주한 미국대사관에 긴급 문건을 보냅니다.
리처드 홀브룩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한국대사를 불러 이 사태가 한·미 관계에 끼칠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는 겁니다.
미국 측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한국 정부는 곧바로 북한의 무력 남침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한국 외무부는 "북괴가 12·12 사건을 결정적 남침 기회로 오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보고서를 만들어 미 측에 전달했습니다.
남북 대치 상황을 이용해 미국을 설득하려 한 겁니다.
한미클럽과 미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진은 현지시간 12일 이런 내용이 담긴 외교문건 500여 쪽을 공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육군은 전두환, 노태우 등 12·12 군사반란으로 내란형을 선고받은 군 지휘관들의 사진을 각 부대에서 모두 철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디자인 : 배장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