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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숙소 이불 속에 '이사님'…외국인 노동자 성추행

입력 2019-12-11 21:51 수정 2019-12-11 22:14

경찰, 내사 착수 예정…상습 추행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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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사 착수 예정…상습 추행 의심


[앵커]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을 한국인 관리자가 1년 동안 성추행 해왔단 의혹이 나왔습니다. 피해를 입었던 장소는 이들의 숙소였습니다. 밀착카메라가 당시 영상을 입수해서, 논란의 현장과 관련자를 추적해봤습니다.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방 안에 이불을 덮고 누워 있습니다.

2019.11.13 강원도 횡성의 한 공장

[태국인 여성 A씨 : 이사님, 저 이제 엄마, 아빠하고 전화할 거예요. 어서 가세요.]

서투른 한국어로 안돼를 외치지만.

['이사님' : 괜찮아.]

[태국인 여성 A씨 : 안 괜찮아.]

남성은 강제로 신체 접촉을 시도합니다.

끌어내려 하자, 괴롭힘의 강도는 세집니다.

['이사님' : 까불고 있어.]

[태국인 여성 A씨 : 타일랜드 폴리스!]

['이사님' : 괜찮아.]

셋의 관계는 가족도, 연인도 아닙니다.

남성은 두 여성을 고용하는 업체의 관리자입니다.

취재진은 어렵게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모두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A씨/태국인 여성 : 무서웠어요. 어디든 일할 때면 그 사람과 일을 하고 숙소도 같은 곳이니까요.]

사건은 1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A씨/태국인 여성 : 문을 잠가놔도 문을 두들기고 '열어 달라, 자꾸 열어라' 'XX야, XX야' 하면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합니다.

[A씨/태국인 여성 : 어느 날이든 술 먹고 취하면 올라와요. 작년엔 여자가 20명 정도로 많았거든요. 그때는 매일 왔어요. 퇴근하면요.]

이들은 '안돼'라는 말을 가장 많이 썼습니다.
 
[A씨/태국인 여성 : (한국어 할 수 있는 말 몇 개나 되세요?) 안 돼, 괜찮아, 몰라요…'안 돼'라는 말을 배워서 이야기를 했어요.]

취재진은 동영상 속 공장을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골 마을입니다.

가로등마저도 켜진 게 몇 개 없어서 7시만 됐는데도 이렇게 칠흑 같이 어둡습니다.

저쪽 보시면 컨테이너 박스 몇 동에만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저쪽이 두 여성이 며칠 전까지 살던 곳입니다.

창문마다 쇠창살이 쳐져 있고, 곳곳에 CCTV가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공장엔 불이 켜져 있고, 사방으론 바구니들이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컨테이너 숙소가 있습니다.

성추행이 벌어졌던 숙소 앞입니다.

각자 다른 방을 쓰고 있기 때문에 한 방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다른 방 사람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열쇠로 문을 잠그게 돼 있지만, 실제로 잠가놓진 않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문을 열어보니 방금까지 식사를 한 듯한 흔적이 보입니다.

또다른 외국인 여성 노동자입니다.

창고로 쓰던 곳을 이렇게 임시로 숙소로 만들어 놨습니다.

가재도구는 이렇게 이불 몇 장이 전부입니다.

겨울이라서 보온을 위해서 이렇게 은박지를 붙여 놓긴 했는데 보온이 제대로 되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두 명이 쓰는 방인데요, 지금 이렇게 천으로 임시 칸막이를 만들어 놨습니다.

도망친 여성들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습니다.

[(도망쳤다고 들었어요, 다른 여자분들이요.) 몰라.]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해 보니, 이들은 아는 사이였습니다.

피해 여성들은 입막음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A씨/태국인 여성 : 높은 사람, 센 사람 많이 알고 있다고 얘기했어요. 만약 다른데 가면 어디든 찾아갈 수 있다고. 경찰도 많이 알고.]

이튿날 작업장을 찾아간 취재진, 가해자로 지목된 이사에게 성추행에 대해 묻자, 장난을 친 거라고 말합니다.

[B씨/공장 이사 : 우리 베이비라고 그래, 애들한테. 베이비라고 그래요. 애들한테 장난들을 많이 하고.]

영상을 보여주자 말을 바꿉니다.

[B씨/공장 이사 : (여자분들이랑 이렇게 많이 하세요, 장난을?) 그렇게 안 하죠. 안 하는데. 사실 그거는 술 한잔 먹고 언제 한지는 모르겠어요. 영상을 보니까 내 얼굴이니까 '내가 했나 보다' 지금 그러고 있는 거지.]

그러면서도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B씨/공장 이사 : 내가 성추행하려고 한 게 아니니까. 내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경찰 조사도 받으셔야죠.) 참나, 기가 막혀서.]

영상을 확인한 경찰은 내사에 들어갈 거라고 밝혔습니다.

영상까지 남긴 것으로 봤을 때 이런 일이 여러 번 일어났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유린당하고 있을지 모르는 외국인 여성 노동자의 인권, 과연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의 인권이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민낯, 이제는 마주해야 할 때입니다.

(영상그래픽 : 이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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