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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폐기물 처리장 전락한 인천 '선박 주차장'

입력 2019-12-04 21:45 수정 2019-12-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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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에는 부두 말고도 배를 세울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배는 많은데 세울 공간이 모자라서 만든 건데요. 이게 폐기물 처리장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관리를 제대로 안 하는 탓으로 보입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의 한 바다 항구입니다.

지금은 썰물 때라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갯벌에 배가 드나들었던 흔적이 남아있고 뒤편엔 오래돼 보이는 배들이 서 있습니다.

이곳은 인천시가 배들이 임시로 정박할 수 있도록 지정한 계류인정구역입니다.

배를 세우기 위해서는 선착장 등 시설이 필요합니다.

배 숫자에 비해 계류 시설이 부족하자 인천시는 지난해 이 일대를 계류인정구역으로 정해 배를 세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종의 배 주차장인 셈입니다.

제방을 살펴봤습니다.

저쪽에 보이는 제방에는 타이어가 세 줄로 붙어 있습니다.

배가 정박하면서 제방이 부서지거나 배가 상하는 걸 막기 위해 붙여둔 건데요.

하지만 이곳에는 이런 완충 장치가 전혀 없어서 이렇게 제방이 조금씩 부서지거나 옆을 보면 땅이 갈라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방에 세워진 말뚝도 기울어져 있고 틈새엔 쓰레기가 보입니다.

인천 해수청은 배를 갯벌에 세우도록 허가했을 뿐인데 누군가 무단으로 말뚝을 박았다고 설명합니다.  

[인천 해수청 : 그게 지금 업체 측에서 임의로 박은 거예요. 거기가 부두시설이 아니거든요. (원래는) 배를 붙이면 안 됩니다.]

세워져 있는 배를 살펴봤습니다.

곳곳에 녹이 슬어 있고 모서리를 보니까 잘라낸 듯이 날카롭습니다.

수리 또는 해체 작업이 진행되던 배인 건데요.

바로 옆에 있는 배도 상태는 비슷합니다.

갯벌에는 배에 달려 있던 고무 부품이 땅에 박힌 채 방치돼 있습니다.

갯벌에 박힌 타이어, 사다리, 컨테이너 박스도 보입니다.

길에는 튜브, 쇠로 된 고리, 연료통 등이 버려져 있습니다.

[장정구/인천녹색연합 : 지난번 왔을 때 기름이 흘러 있었어요. 비가 오면 바다로 들어갈 수 있고 스며들어서 토양이 오염될 수밖에 없던…]

인근 사람들은 이곳에서 업체들이 배를 고치거나 폐기하는 일을 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배를 세울 수 있다 보니 수리나 해체 작업도 자주 한다는 겁니다.

[강평규/연안어촌계장 : 해체 작업하는 데 있어요, 바닷가로. 그때 한 번 기름이 한 번 터져가지고. 밑에는 다 갯벌이 썩겠죠, 안 썩겠어요 그게?]

[인근 회사 직원 : 타는 냄새 나고…그 쓰레기 있잖아요 한참 많이 쌓아놨는데.]

배 수리 작업을 하던 컨테이너가 있던 곳입니다.

지금은 철거가 된 상태인데요.

아직도 이곳에는 여기서 보관하던 소화기 여러 대나, 그리고 LPG 가스통, 또 폐기물들이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선박을 수리하거나 해체하려면 관계 기관에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바다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곳에서 절차를 밟지 않고 해체 작업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건  올해 세 척.

업체들은 대부분 정당한 절차를 밟고 작업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염 문제가 불거지자 서로 간 갈등도 생기고 있습니다.

[A업체 : 아무래도 노후된 배들이니까 깨끗하지는 않겠죠. 배만 폐선할 수 있는 계류장을 만들어주면 (되는데) 그런 거는 해주지도 않고…]

환경단체는 이곳을 계류인정구역으로 지정해놓고 관리가 부실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관계기관은 이곳에 안전 울타리를 세우고 환경이 나아질 때까지 선박 작업 허가를 보류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해양 산업 종사자들을 위해 시작된 제도. 하지만 관리가 소홀한 사이 오히려 환경 오염과 사고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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