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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1조로 24시간 감시"…불법 오가는 '보험 파파라치'

입력 2019-12-03 22:35 수정 2019-12-0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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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군가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니면서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촬영했다면 어떨까요. 지금부터 보실 영상은 두 명의 남성이 한 여성을 출근길부터 따라다니면서 몰래 찍고 있는 영상입니다. 대체 이들은 누구이고, 영상을 왜 찍는 걸까요. 

먼저 그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카페에 남성 2명이 앉아 있습니다.

슬리퍼와 운동복 차림의 한 남성이 휴대전화로 한 여성을 촬영합니다.

한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2인 1조 남성

후드티를 입은 또 다른 남성은 망을 보듯 가게 문 쪽을 바라봅니다.

이들이 여성을 따라다니며 찍은 영상입니다.

이들이 찍은 영상에 담긴 여성의 일상

카페는 물론 식당에서 지인들과 밥을 먹는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해당 여성이 찍은 단체 사진에도 이들이 영상을 찍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2인 1조 남성이 이 여성을 몰래 촬영한 건 2년 전부터입니다.

2년 전부터 '밀착 감시'…이들은 누구?

건널목을 건너는 이 여성을 앞뒤에서 찍었습니다.

여성이 일하는 사무실까지 따라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모습까지 촬영했습니다.

영상 제목은 '밀착감시'입니다.

[앵커]

이렇게 미행을 하면서 몰래 영상을 찍는 사람들은 대형 보험사 관계자들이었습니다. 보험사들은 보험 사기로 의심돼서 영상을 찍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들은 지금도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해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문제의 영상이 촬영된 충북 충주입니다.

취재진은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 박모 씨를 직접 찾았습니다.

박씨가 자신이 몰래 촬영됐다는 사실을 파악한 건 지난해 중순입니다.

[박모 씨/피해자 : 민사 소송 중에 법원에 제출한 동영상 자료 보고, '아 저기서부터 찍었구나' 알게 됐고요.]

박씨가 팔 골절로 신경 일부가 손상된 건 지난 2016년. 

팔 기능 60%가 영구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보험금 청구하자 출근길 미행하고

이후 박씨는 8년 전 가입한 DB손해보험에 보험금 3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자 보험사 측은 박씨를 출근길부터 몰래 따라다녔습니다.

[박모 씨/피해자 : 다시 사무실로 가는데 따라붙은 거죠. (아침부터) 계속 여기 있었단 얘기죠. (여기서 하루종일 대기하고?) 네네.]

2인 1조 남성은 박씨 회사까지 따라왔습니다.

[박모 씨/피해자 : 제가 이 회사를 다니는 걸 알기 때문에 이쪽으로 들어가는데 여기서 문 여는 것부터 찍었더라고요. 이렇게 눌렀거든요. 손바닥이 하늘로 향해서. 이렇게 눌렀던 건데 이게 펴졌다. (정상이다?) 정상이다.]

보험사는 해당 영상을 근거로 박씨를 보험사기 미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동영상만으로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의사 의견과 관련 진단서를 토대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검찰 '무혐의 처분'에도…
또 다시 찍은 몰카


보험사는 무혐의 처분 이후에도 박씨를 몰래 찍었습니다.

[DB손해보험 관계자 : (영상 보니) 잘 걷고 잘 서고 이렇게 하더라고요.]

지난 2013년 머리를 다친 박윤선 씨는 대형병원 두 곳에서 뇌신경 손상 진단을 받았습니다.

보험금을 일부 지급한 후 한화손해보험 측이 미행을 시작했습니다.

[박윤선/한화손해보험 고객 : 제가 세브란스 가려고 하는데 그땐 아주 대놓고 찍더라고요.]

미행 뒤 "극히 정상"이라며 고소…

당시 보험사는 박씨를 고소하며 주민센터에 가는 걸 따라가보니 정상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해당 보험사는 보험금을 청구한 또 다른 가입자에 대해서는 직장 손님으로 위장해 영상을 몰래 찍기도 했습니다.

[이송희/한화손해보험 고객 : 허름한 차림의 아저씨 두 분이 왔어요. 동영상을 촬영해서 간 거야. (경찰에선) 병원하고 짜고 했냐]

애초 미행이나 몰카가 없었다던 보험사는 취재가 계속되자 해당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박윤선/한화손해보험 고객 : 자꾸 버스에서도 두리번거려요. 누가 카메라를 들고 나를 찍나 안 찍나. 젊은 남자만 보이면.]

[앵커]

또 피해자들은 보험사가 불법 흥신소를 동원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저희 취재진이 알아본 흥신소들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유선의 기자입니다.

[기자]

2인 1조로 미행하는 사람들.

[A흥신소 직원 : 2인 1조로 한 사람 조사해요. 병원에 있는 사람은 불이 꺼질 때까지 볼 거고…]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장비를 동원합니다.

[B흥신소 직원 : 시계캠, 안경캠 그런 걸로…]

[C흥신소 직원 : 위장카메라로 찍을 수도 있고…]

집과 카페는 물론, 병실까지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A흥신소 직원 : 저희들도 병원에 입원을 해버려요. 의사하고 협의하고.]

[C흥신소 직원 : 병원 호수를 알려주시면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볼 수 있어요.]

보험사기범으로 몰린 피해자들도 흥신소를 의심합니다.

[박모 씨/피해자 : 흥신소를 동원했거나 아니면 돈을 받고 사주받은 사람들이겠구나.]

보험사 측은 미행과 촬영은 소속 직원이 했고, 흥신소를 동원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JTBC가 접촉한 흥신소 5곳은 모두 대형 보험사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B흥신소 직원 : ○○화재 같은 것도 나갔고, △△(생명)도 나갔고, 2~3군데 했어요.]

가격도 똑같습니다.

[C흥신소 직원 : 3일 비용 150이고요.]

[D흥신소 직원 : 맞아요. 하루에 50만원.]

[A흥신소 직원 : (비용은) 현금으로 받든가 다른 통장으로 넣어주시든가…]

미행과 몰카는 물론, 보험사가 회원 정보를 흥신소에 넘기는 건 현행법 위반입니다.

[김주호/참여연대 민생팀장 : 직접 흥신소라든가 손해사정사들을 동원해서 이런 증거들을 개별적으로 수집하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라든가 사생활 침해라든가 이런 비인권적인 행위…]

보험사들은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진형오/손해보험협회 팀장 :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서는 사기범들한테 지급된 보험금 환수를 강화하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점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용환/변호사 : 보험사기 의심자라고 해서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게 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환자는 계속 조사를 받아야 하는…]

(영상취재 : 김정용, 유재근 / 영상그래픽 : 한영주, 김정은 /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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