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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옥죄는 추위에도…위태로운 고공 농성

입력 2019-12-03 21:32 수정 2019-12-0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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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일) 밀착카메라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를 당해서 회사와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추위가 점점 매서워지는 이 순간에도 고공에서 위태로운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병원을 분주히 오가는 많은 사람들.

이 큰 병원 꼭대기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옆으로 보이는 건물 옥상에 해고 간호사가 살고 있습니다.

건물 14층 70m 높이입니다.

지난 여름 노조 파괴 진상조사와 복직 등을 요구하면서 농성을 시작한 지 어느덧 150일이 지났습니다.

겨울이 찾아왔는데요. 위쪽 상황은 어떨지 직접 가서 만나보겠습니다.

가방을 들고 걸음을 옮깁니다.

옥상에 음식을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김진경/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영남대의료원 지부장 : 한 5평밖에 되지 않는. 자기 안락한 공간과 보금자리 다 놔두고. ]

꼭대기에는 비도 햇빛도 피할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니 좁은 공간이 나타납니다.

13년 전 병원에서 해고된 전직 간호사 박문진 씨가 있는 곳입니다.

식사는 하루 두 번, 거를 때도 있습니다.

호스에서 물이 졸졸 나오지만 날씨 때문에 곧 끊길지 모릅니다.

[박문진/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해고노동자 : 저기 얼면은 동파돼 가지고 저 물을 잠근다고 그러더라고요.]

박씨의 해고 사유는 불법 노조 활동이었습니다.

당시 해고를 주도한 노무법인의 불법성이 인정돼, 여러 사람이 복직했지만 박씨는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박문진/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해고노동자 : 노조 파괴 전문 노무사를 고용을 해서 이렇게 노동자들을 파탄 난 삶을 살게 하는 거에 대한 그런 분노.]

가족에게 할 수 있는 건 멀리서 손 흔드는 것뿐입니다.

[박문진/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해고노동자 : 응. 내년 설날 전에는 간다고 그래. 그동안 건강하게 계시라고 그래.]

옥상에 밤이 찾아옵니다.

추위는 심해집니다.

해고 간호사가 생활하고 있는 천막입니다.

안쪽은 허리를 제대로 펴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비좁습니다.

그런데 체감 온도가 점점 떨어지면서 이런 천막마저 없으면 굉장히 춥다고 합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서 이렇게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있는 게 전부입니다.

하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을 수는 없는데요.

비도 계속 내리고 있어서 바닥은 완전히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비가 쏟아지면 천막은 무게를 견딜 수가 없습니다.

[박문진/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해고노동자 : 워낙 비바람이 돌풍이랑 같이 부니까. 남아나지를 않더라고요.]

전기라고는 없는 곳에서 잠에 들려면 핫팩에 끓는 물을 부어야 합니다.

[박문진/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해고노동자 : 이거는 이제 잠자기 전에. 배에다가 이렇게 올려놓고.]

간신히 누워보지만 언제가 끝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의료원은 의견을 좁혀보겠단 입장입니다.

[영남대의료원 관계자 : 판결 난 사항을 지금 원직 복직을 원하시잖아요. 저희가 양보해서 특별채용까지도 제안을 의료원장님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고…]

결국 해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고공 농성하는 해고자는 또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아서 상당히 분주한 강남역 사거리입니다.

방금까지 눈도 내려서 추운 상태인데요.

그런데 시선을 조금 위로 올려보면, 높다란 철탑 위에 사람이 있습니다.

노조 활동을 하다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해온 게 24년째입니다.

환갑도 CCTV가 설치돼 있는 철탑 위에서 맞았습니다.

주위를 안전장치가 둘러쌌습니다.

[김용희/삼성 해고노동자 : 춥죠. 시간마다 깨죠. 지나가는 차 클랙슨에 깨고. 소음 때문에 깨고.]

김씨는 삼성이 사과하고 명예롭게 복직해줄 걸 요구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따로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성자들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한 게 고공 농성이라고 말합니다.

길어진 갈등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뜨거운 여름을 지나 또다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오늘도 저 높은 곳의 시간은 기약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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