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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엘리사, 나와 결혼해주겠어?'

입력 2019-12-02 22:04 수정 2019-12-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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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며칠 전, 이탈리아 국회에서는 지진피해 지역을 돕는 법안 심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심의를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오늘은 나에게 특별한 날… 엘리사 나와 결혼해주겠어?"
- 플라비오 디 무로/하원의원

한 젊은 의원이 발언권을 신청하더니 품에서 불쑥 반지 하나를 꺼냈습니다.

이탈리아 하원의 디 무로 의원이 여자 친구에게 공개 청혼을 한 것이었습니다.

일부 동료의원들도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하니…  

어찌보면 이탈리아스럽다, 싶기도 했지만 국회는 낭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로베르토 피코/의장

난데없는 이런 청혼에 여자 친구는 감동했을지 모르겠으나 공사 구분도 못 하는 젊은 의원을 향해서 비판 또한 쏟아졌던 것입니다. 

그곳은 시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며 공적인 일을 처리해야 하는 장소.

국회였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하라고 우리 아이들 이름을 내준 것이 아니다"
- 민식이 엄마 박초희 씨

의사 진행을 방해한 이탈리아 의원의 공개 청혼은 차라리 애교랄까…

오랜 정쟁 끝에…

"이런 분들을 제가 세금 내서 국회로 보냈다… 야만의 정치를 하시는 분들"

더 많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내놓은 자식들의 이름은 결국 볼모가 되었습니다.

시민의 마음을 함부로 할퀴어버린 정치는…

정치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는 가장 근본의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과거 몇몇 정치인들은 그런 말도 했죠.

"정치국민의 눈물닦아주는 것이다"

그런 시혜적 발상의 감언이 아니라 해도 정치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는 삼척동자도 압니다.

중요한 법안 심사를 가로막은 이탈리아 의원의 치기 어린 용기는 사뭇 낭만적일 수는 있으되 아주 잠시 동안 심사를 가로막은 것만으로도 호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치기가 아닌 정략적 계산에 의해서 아프게 떠난 아이들의 이름을 뒤로하고 아주 잠시가 아니라 회기 내내 우리 국회는 멈추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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