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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0.5도가 부른 큰 차이

입력 2019-12-02 13:45 수정 2020-06-05 10:48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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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

[박상욱의 기후 1.5] 0.5도가 부른 큰 차이

[박상욱의 기후 1.5] 0.5도가 부른 큰 차이

지난해 10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총회가 인천 송도에서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선 아주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정작 개최국인 우리나라에선 큰 화제가 되지 못했지만요.

지구의 상태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일명 '파리협정') 때보다 더 위험하고 행동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국제사회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로 묶자"고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더 연구를 해보니, 이 상승폭을 1.5도로 묶어야 했던거죠.

2도로 묶는 것도 어렵게 느껴졌는데 1.5도라니… 상황이 이렇다보니 IPCC 총회는 예정보다 하루 더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워낙에 중요하고도 조심스러운 문제일 뿐더러,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하다보니(<[취재설명서]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①온난화는 없다는 그대에게> 참조)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0.5도가 부른 큰 차이


2도와 1.5도. 그저 0.5도 차이일 뿐인데, 체감하기도 어려운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체감을 넘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정도입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에서 2도로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극단적인 폭염에 노출되는 사람이 4억 2000만 명 늘어납니다. 우리나라 인구수의 8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기후변화로 물이나 식량이 부족해 고통 받는 취약계층의 수는 배가 됩니다. 식물이나 척추동물의 멸종위험은 2배 높아지고 어획량의 감소폭도 2배 늘어납니다. 모두, 불과 '0.5도 차이'가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내린다는 뉴스는 많이 접해보셨을 겁니다. 극지방은 지리적으로도 멀뿐더러 살면서 한 번이라도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다 보니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십상이죠.

그런데, 녹아내린 얼음은 곧 해수면의 상승을 부릅니다. 3면에 바다를 접한 우리나라로써는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일이죠. IPCC는 2100년까지 해수면이 1.1m 가량 오를 걸로 내다봤습니다. 지난 2013년 보고서에선 "60~98cm 가량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상황이 더 악화된 겁니다.

"해양 온난화의 속도가 최근 2배로 빨라졌다"는 게 IPCC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입니다. 북극에 이어 남극 빙하까지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예상보다 더 커졌습니다. 해수면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은 100년에 한 번 겪을 슈퍼 태풍 같은 극한 현상이 2050년이면 해마다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불과 30년 후의 일입니다.

이 같은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지역별 피해 인구수를 산출해낸 곳이 있습니다. 미국에 기반한 국제기후변화 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입니다. 전 세계가 시뮬레이션 대상이었고, 여기엔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2050년, 전 세계 3억 명의 인구가 1년에 최소한 한 번은 침수 피해를 입게 됩니다. 대략 100명 중 4명꼴입니다. 피해는 특히 아시아 지역에 집중될 전망입니다.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게 되면, 우리나라에선 2050년 130만 명, 2100년 280만 명이 침수 피해를 겪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0.5도가 부른 큰 차이


우리나라의 날씨는 어떻게 변할까요. 기상청은 IPCC가 내놓은 4가지 이산화탄소 농도 예측 시나리오(RCP)에 따라 이를 예측했습니다. "모든 RCP 시나리오에서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전지구 및 동아시아 연평균 기온에 비해 상승폭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숫자들은 어땠을까요.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뿜어낼 경우, 한반도 연평균기온은 2100년 4.7도 높아지고(현재 11.0℃→2100년 15.7℃), 평균 최고기온은 4.9도(현재 16.6℃→2100년 21.5℃), 평균 최저기온은 4.6도(현재 6.2℃→2100년 10.8℃)나 오를 전망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0.5도가 부른 큰 차이


체감하기 쉽도록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여름일수는 현재(1981~2010년 평균) 96.4일에서 2100년 159.1일로 늘어납니다. 한 해 절반가량이 여름인 셈이죠. 그 중에서도 푹푹 찌는 폭염일수는 7.3일에서 28.5일로, 열대야일수는 2.8일에서 무려 31.7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북한을 제외한 남한의 경우만 살펴보면, 여름일수는 무려 177.6일(한반도 전체보다 18.5일 증가), 폭염일수는 35.5일(+7일), 열대야일수는 45.2일(+13.5일)에 달한다는 것이 기상청의 예측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고도가 높은 산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상·전라 지역과 충남까지 아열대에 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거죠.

 
[박상욱의 기후 1.5] 0.5도가 부른 큰 차이


상황이 이렇지만 여전히 우리는 온난화가 '먼 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우리나라 역시 앞장서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요.

처음엔 온난화라고 불리던 일이 기후변화로, 그리고 기후변화는 이제 기후위기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그 변화가 임박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냈고,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요. 다음 취재설명서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KPF 디플로마-환경저널리즘'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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