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주일 전 창원의 한 아파트에서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큰 불이 났었습니다. 휴일이라 자칫 더 큰 피해가 났을 수도 있었는데요. 불이 났을때 집마다 찾아가 문을 두드려 대피시키고, 사람도 구해서 나온 한 시민이 있었습니다.
숨은 의인을 강현석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사람들이 하나둘 황급히 아파트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잠시 뒤 한 남성이 서둘러 아파트 계단으로 뛰어 올라갑니다.
8분 정도 지나자 한 여성을 들쳐 업은 채 연기를 뚫고 건물을 빠져나옵니다.
불이 난 아파트 옆 동에 살던 35살 하경민 씨입니다.
인근 놀이터에서 불을 본 아내 전화를 받자마자 집을 나섰습니다.
[손언선/아내 : 셋째는 맨발로 나와서 울고 있고, 아빠는 없고. 사람이 어디 갔는지 없는 거예요.]
그 시간 하씨는 불이 난 아파트 계단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하경민/초등학교 특수교사 : 가서 '불이야' 외치고 문을 발로 찼죠. (벨을) 누를 시간이 안 되더라고요. '불이야' 문 차고 '나오세요' 하고 올라가서…]
11층에서는 주저앉아 있던 여성을 발견해 업고 내려왔습니다.
[하경민/초등학교 특수교사 : '안에 있어요? 나오세요 나오세요'했는데 연기가 많은 데서 아줌마 손이 보이더라고요.]
간신히 아파트를 빠져나오니, 아내는 1층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손언선 /아내 : 왜 거길 갔냐고 했죠. 울면서 화를 냈어요. (지인들이) 남편 대단하다 하면서도 진짜 미련한 사람이다.]
현장에 무작정 달려간 건 몇 년 전 직장 앞에서의 화재 기억때문입니다.
[하경민/초등학교 특수교사 : 외국인 자녀들이 사망했거든요. 누가 문을 두드려 나오라고만 했어도 상황을 알고 대피했을 텐데…]
몇 년 전, 다른 차량의 터널사고 때도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에 나섰다가 아내에게 원망을 많이 들었습니다.
"약속을, 위험한 건 안하겠다고 했지만,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돕지 않을까요…"
(화면제공 : 시청자 장지원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