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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 범죄자들 구치소 생활은?…옥중 범죄 통로 '변호사 접견'

입력 2019-11-27 21:50 수정 2019-11-28 13:42

하루에도 수차례 '변호사 접견'…실태 들여다보니
'황제 접견', 사기범이 최다…교도소 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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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차례 '변호사 접견'…실태 들여다보니
'황제 접견', 사기범이 최다…교도소 안 무슨 일이?


[앵커]

수감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교도소나 구치소에 가둔다는 것을 의미입니다. 그런데 격리된 사람들이 사회와 접촉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변호사 접견'이죠. 문제는 범죄자들의 법적 방어권을 위해서 만들어진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JTBC 취재진이 올들어 최근까지 수도권 구치소 수용자들의 변호인 접견 순위를 입수했습니다. 하루 평균 한 번 이상 변호사를 접견하는 사람들이 18명이나 됐습니다. 대부분 사기 혐의로 구속이 된 사람들이니까 피해자 돈으로 구치소에서 쾌적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이들 중에는 수조 원의 다단계 사기범 주수도 씨부터 신도 성폭행으로 확정 판결을 받은 이재록 씨도 있었습니다. 

'황제 접견'부터 '범죄 온상'까지 이렇게 변질된 변호사 접견 실태를 이호진, 임지수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이호진 기자]

지난 21일 오후, 대구교도소입니다.

십여 명이 담벼락을 따라 걸어갑니다.

갑자기 멈춘 사람들이 담 너머를 바라보고 일부는 보안시설인 교도소를 촬영합니다.

이들은 만민중앙교회에서 갈라져 나온 만국기도원 교인들입니다.

만민중앙교회 지도자 이재록 씨가 수감돼 있는 교도소를 찾아온 겁니다.

교인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던 교도소 담벼락입니다.

저희가 보안상의 이유 때문에 너머를 촬영할 수는 없는데요.

교인들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안쪽 담벼락에 있는 이 얼룩이 이재록 씨의 모습과 닮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국기도원 교인 : (저기 모이셔서 이야기도 하고 그러던데 거기에 의미가 있는 건가요?)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요.]

교인들은 교도소를 한 바퀴 돈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이씨는 수 년 간 여신도 9명을 상습 성폭행한 죄로 지난 8월 대법원에서 징역 16년형이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수감 중에도 만민중앙교회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이씨가 보낸 편지를 보면 최근 교회에 복귀한 자신의 딸에게 힘을 쏟아달라고 돼 있습니다.

교회 측은 이씨가 복귀 등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 교회를 잘 운영해달라는 취지로 당부한 것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만민중앙교회 관계자 : 당회장님이시니까, 교회가 하나 돼서 잘 신앙생활 하라는 어떤 긍정적인 의견이시잖아요.]

그런데 이씨의 옥중 경영 통로로 의심받는 것 중 하나가 변호사 접견입니다.

[이재록 씨 변호사-교인 대화 (2018년 9월) : 어제 내가 목사님 뵈니까 하시는 말씀이 절대 분열하지 마라, 내가 갈 때까지 분열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이재록 씨가 대구교도소로 오기 전 있었던 곳은 이곳 서울동부구치소입니다.

이재록 씨의 변호인 접견 횟수는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221차례에 달합니다.

하루 평균 한 번꼴입니다.

그런데, 이씨의 접견 횟수는 이곳 동부구치소 수용자 중 3번째였습니다.

서울구치소에서는 상위 10명 안에 들지도 못합니다.

[임지수 기자]

저희 취재진이 수도권 구치소에서의 변호인 접견 현황을 확인해봤습니다.

올해 가장 변호사를 많이 만난 수용자는 주수도 전 제이유그룹 회장이었습니다.

피해자만 10만 명이 넘는 2조 원대 다단계 사기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가, 수감 중에 또 다시 사기를 벌여서 재판을 받고 있죠.

주씨는 지난 1월부터 지난주까지 11개월 동안 총 735회, 접견 가능일 기준으로 보면 하루 3번 꼴로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지난 2015년엔 1년 반 동안 2500번 넘게 변호사를 접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변호사들이 징계도 받았는데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8월 사이 수도권 구치소 다섯 곳에서 변호인 접견을 가장 많이 한 사람들은 주씨와 같은 사기 혐의 수용자들이었습니다.

서울구치소만 보면 상위 10명 중 9명이 사기 혐의 수용자였습니다.

구치소에서 변호인 접견은 휴일을 빼면 매일 가능하고 일반 접견과 달리 시간 제한도 없습니다.

10분을 접견하더라도, 앞뒤로 1~2시간씩 대기실에 머물러서 한나절은 수용실 밖에서 보낼 수 있습니다.

[변호사 A (접견권 남용 징계 대상) : 갇혀 있으면 갑갑하잖아요. 접견실에 냉방시설이 돼 있어요.]

[변호사 B (접견권 남용 징계 대상) : 상담이나 민원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말동무만 하고 잡담하고 잔심부름하다가…]

선량한 시민들의 재산을 가로채 구치소에 간 사기범들이 정작 형기의 대부분을 접견실에서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수용자들의 변호사 접견이 추가 범죄의 통로로도 악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수도 전 제이유 그룹 회장이 2조 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징역 12년을 확정받은 건 2007년.

그런데 수감 중이던 2013년, 주씨는 또다른 다단계 회사를 통해 1100억 원대 사기를 저질렀습니다.

당시 구치소에 있던 주씨와 회사를 연결해 준 건 변호사 김모 씨였습니다.

김씨는 하루 두 번씩 변호사 접견실에서 주씨를 만나 회사 서류를 전달했고, 비자금 만드는 작업도 도왔습니다.

이때 빼돌린 돈 일부도 변호인 비용으로 쓰였습니다.

특히 주씨는 변호사 접견이 제한 없는 구치소에 계속 머무르기 위해 지인에게 자신을 허위 고소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A변호사/주수도 전 변호인 : 그 양반은 끊임없이 사건을 만들어요. 모든 사건이 확정되면 이감돼서 지방으로 가야 하는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변호사 접견실이 범죄 온상이 되기도 합니다.

1조 원대 다단계 사기로, 2017년 징역 15년형을 확정받은 김성훈 전 IDS홀딩스 회장.

같은 해 김씨는 구치소에서 변호사 접견을 대기하다 또 다른 사기혐의자 한재혁 씨를 만났습니다.

당시 한씨는 김씨에게 홍콩 법인에 숨겨둔 돈을 주면, 피해자들로부터 합의서를 받아주겠다고 제안했고 김씨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출소한 한씨는 IDS 홀딩스 범죄수익 27억 원을 받은 뒤, 피해자들에게도 관련 수수료 명목으로 8억 원대 돈을 뜯어냈습니다.

결국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한씨는 지난해 피해자들의 제보로 경찰에 다시 붙잡혀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IDS홀딩스 피해자 : 법만 없으면 너를 내가 죽이고 싶다 (했어요.) 분노가 느끼는 게 뭐냐 하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사기를 친 거잖아요?]

올해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한씨는 최근 불법 담배 반입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같은 방 수감자들은 내부 조사에서 "한씨 변호인이 교도관에게 뇌물을 주고 담배를 들여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변호사 : 그건 뭐 말이 안 되는 이야기고. (한씨는) 묵비권 행사 중이십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한씨 동료 수감자에게 한씨 대신 돈을 송금해준 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구치소 측은 한씨가 편안한 수감생활을 하기 위해 다른 수용자에게 잡일을 시키는 조건으로 돈을 보낸 것으로 의심하고 조사 중입니다.

[이승태/변호사 (전 대한변협 윤리이사) : 변호사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어요. 계속 모니터링하고 징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자료제공 : 송기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영상취재 : 김정용 / 영상디자인 : 조승우·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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