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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위험 감수하고 홍콩시위대 치료하는 '유령 의사들'

입력 2019-11-25 13:30

더타임스 보도…체포될라 병원 꺼리는 이들 진료
"사람부터 구해야 한다" 암호화 앱으로 소통하며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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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부터 구해야 한다" 암호화 앱으로 소통하며 출동

실직위험 감수하고 홍콩시위대 치료하는 '유령 의사들'

홍콩의 국립 병원 의사인 앨빈(가명)은 저녁 근무를 마친 후 주룽 지역의 한 호텔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반정부 시위대의 최후 거점인 이공대에서 탈출한 19세 남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교정을 포위한 경찰을 피해 밧줄을 타고 달아나다가 다쳐 앨빈의 진료를 예약했다. 모든 연락은 암호화 처리를 거치는 까닭에 내용 유출 가능성이 희박한 앱을 통해 이뤄졌다.

국립 병원 등 공공 의료 시설에서 시위대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병원에 가는 대신 앨빈처럼 가명을 이용하며 '비공식적'으로 진료를 해주는 의사를 찾은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홍콩에서 정부 당국의 감시를 피해 병원 밖으로 나와 시위대를 치료해주는 '유령 의료진들'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반년째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홍콩에서는 의사, 간호사, 치료사 등이 지하 네트워크를 형성해 비밀리에 시위대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메신저에서 가명으로 시위대와 소통하며, 응급 처치를 위해 시위 현장으로 달려가거나 임대 아파트, 호텔 방 등에서 복잡한 진료를 제공한다.

큰 시위가 있는 날이면 이들은 대형 승합차를 빌려 '임시 의료시설'로 만든 뒤 현장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기도 한다.

앨빈은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위 참여자들은 경찰이 휘두르는 곤봉, 시위대를 향해 쏘는 고무탄·스펀지탄과 자극적 화학 물질을 첨가한 물대포에 맞고, 최루 가스를 흡입해가며 골절과 탈골, 수포 등 각종 부상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시위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자살 충동 등 정신 질환을 앓기도 한다고 한 정신과 의사는 전했다.

더타임스는 이들을 치료하려 몰래 활동하는 의료진들이 불법 폭력 집회를 금지하는 홍콩 법에 따라 체포뿐 아니라 직업을 잃을 위험도 무릅쓰고 있다고 전했다.

한 치안 전문가는 의료진들이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집념이 강하지만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당국의 감시를 피하는 데 덜 예민해 특히 위험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분쟁 지역에서 의사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약도 이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의사들은 경찰을 무서워하지만, 충분히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다른 시위자들은 위험의 심각성을 깨달으면 나서길 멈추는데, 의료인들은 다른 사람을 구하고 고통을 완화해야겠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용감해져서 현장에 더 오래 남게 된다"고 말했다.

이공대에 남아 있는 시위대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팀에 최근 자원한 외과 의사 대런 맨은 영국 의학전문저널 '랜싯'(The Lancet)에 홍콩 의료진들의 이 같은 상황을 비판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는 캠퍼스를 떠난 의사와 간호사들이 경찰 저지선에서 체포됐다며, "응급 자원 의료진의 이 같은 체포는 문명국에서 전례가 없으며 인도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행위는 전쟁 같은 이 상황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려는 의료진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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