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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클린 지하철' 위해 밤새우는 사람들

입력 2019-11-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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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0일) 밀착카메라는 시민들의 발을 닦아주는 사람들 얘기입니다. 지하철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인데요.

'우리나라 지하철은 깨끗하기로는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다'라는 평가를 받기까지 밤새 어떻게 일하는지 연지환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우리 역에서 상행선 열차는 모두 종료됐습니다.]

역사 문이 내려가고 시민들의 발길도 끊깁니다.

막차가 끝난 역 안은 고요함만 감돕니다.

저는 지금 새벽 1시 서울 청량리역에 나와 있습니다.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만큼 굉장히 고요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지하철 역은 하루에도 수만 명이 이용하는 만큼 금방 더러워지고 쓰레기도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밤 사이 이곳이 어떻게 아침을 맞이할지 밀착카메라가 따라가봤습니다.

청소 노동자들 걸음이 빨라집니다.

토사물입니다.

누군가 마지막으로 역을 떠나기 전 뱉어 놓은 겁니다.

종종 있는 일입니다.

[곽연아/지하철 청소노동자 : 아무 데나 소변 같은 거, 용변 같은 거 많이 보죠.]

새벽 1시, 준비가 시작됩니다.

승차장 물청소를 위해서입니다.

약을 칠하고, 물을 뿌리고, 물기를 닦아냅니다.

묵었던 먼지와 때가 흘러내립니다.

[김종봉/지하철 청소노동자 : 계단이 13개면 26회. 거의 매일 한다고 보면 돼요.]

노동자들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투하듯 때를 벗깁니다.

계단 아래로 폭포처럼 물이 떨어집니다.

추운 날씬데 이마엔 땀이 맺힙니다.

이 역의 경우에는 길이가 200m를 조금 넘고 폭은 약 7m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곳을 보통 다섯 분의 청소노동자분들이 맡아서 한다고 하는데요.

이곳을 모두 청소하기까지 약 세 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합니다.

화장실 청소는 특히 고됩니다.

[지하철 청소노동자 : 소변 보는데 여자들 들어온다고 소변이 안 나온다고 막 뭐라고 해요. 좀 짓궂은 손님도 있어요. 우리 보는 데서 오줌을 막 누는 사람도 있어요.]

[지하철 청소노동자 : 약품이 독하잖아요. (낙서) 지울 때도 너무 힘들어요. 지워 놓고 가면 그럼 또 빼곡하게 써져가지고.]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다른 역.

안전문에도 때가 낍니다.

[지하철 청소노동자 : 먼지가 엄청 많잖아요. 여기 틈 사이에.]

양쪽 80개가 넘는 문짝을 닦고 또 닦아냅니다.

[지하철 청소노동자 : 시민들도 깨끗하게 써주면 얼마나 좋아. 립스틱 자국이나, 왜 유리창에다 뽀뽀를 하는지 모르겠어.]

반대쪽을 닦기 위해선 선로로 내려가야 합니다.

걸을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먼지에 마스크는 필수입니다.

[지하철 청소노동자 : 일 마치고 나가서 씻으면 까매요, 코가.]

[지하철 청소노동자 : 한 번씩 끝나고 올라갈 때 침을 한 번 뱉잖아요. 그러면 새까말 정도예요.]

곳곳이 위험물입니다.

[지하철 청소노동자 : 항상 긴장해야 돼요. 빠져서 골절도 하고 그래요. 도랑이 되게 많아요.]

위험은 곳곳에 도사립니다.

취재진은 청소하다가 폭행을 당한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A씨/폭행 피해 청소노동자 : '비켜주세요. 쓰레기 치워야 돼요' 했는데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주먹으로 저를 친 거예요. 코가 골절됐다고 하더라고요.]

폭언도 많습니다.

[A씨/폭행 피해 청소노동자 : 함부로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우리가 청소 그런 거다 보니까…]

산재 처리는 가능하지만, 노숙인에게 보상 받을 길은 막막합니다.

지난해 조사에서 지하철 청소노동자 세 명 중 한 명이 화가 난 고객을 대하는 게 안전을 가장 위협한다고 답했습니다.

새벽 4시 넘어서 작업이 대부분 끝이 납니다.

첫차에 몸을 실으면 하루는 마무리됩니다.

[김정용/지하철 청소노동자 : 매일 첫차 타보면 다 서로 아는 사람이라 서로 인사해요.]

노동자들이 떠난 자리엔 누군가 벌써 침을 뱉어놨습니다.

시민들이 출근하기 위해 타는 이 첫차에 청소노동자들은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깨끗한 지하철 뒤에는 이들의 밤이 있었습니다.

스무 시간 뒤 오늘 하루가 저물고 나면 이곳은 또 어떤 모습으로 이들을 기다릴까요.

(인턴기자 :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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