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손혁(46) 신임 감독 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손혁 신임 감독은 18일 홈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취임식을 갖고 2년 임기에 들어갔다. 장정석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 4일 구단 제5대 사령탑에 오른 손 신임 감독의 계약조건은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등 총액 6억원이다. 3년 임기를 보장받지 못했지만, 그는 "너무나 영광스러운 자리다.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부담이 크다. 키움은 올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박병호, 이정후, 김하성, 이승호 등 투타 핵심 멤버가 프리미어12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로 전력이 탄탄하다. 무엇보다 감독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구단은 모두가 예상한 장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SK 투수코치를 맡고 있던 손혁 신임 감독에게 사령탑 자리를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 내 잡음이 외부로 알려져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손 신임 감독은 "할 수 없는 것까지 고민하다 보면 앞으로 나가는 걸 할 수 없다"고 뼈 있는 말을 내뱉었다.
-감독에 오른 소감은."일단 큰 영광이다. 주위에서 남자들이 하고 싶어 하는 직업으로 해군 제독, 신문사 논설위원, 오케스트라 지휘자 그리고 야구감독이라고 항상 하더라. 너무 영광스러운 자리다. 기쁘게 생각한다."
-감독직은 수락한 상황은."제의가 왔을 때 영광스러운 자리라서 기쁘게 수락했다. 누구나 기분은 좋지만, 부담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난 컨트롤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걸 빨리 나누는 스타일이다. 어떤 부분을 빨리 버릴 수 있고 잘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이전 상황은 최대한 지나간 거기 때문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으려고 한다. 코칭스태프에게도 나 혼자 부담 갖고 고민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같이 고민하다 보면 프런트나 선수가 원하는 것처럼 구단이 한 발짝 더 가지 않을까 한다."
-팀이 부족한 상황과 강조할 부분은."투수 쪽에선 내가 조금 강하다고 생각해 거기에 포커스를 두고 조금 더 강한 투수진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타자들은 SK에 있을 때 가장 껄끄러운 팀 첫 번째가 키움이었다. 그런 만큼 이 틀을 깨지 않으려고 한다. (임기인) 2년 동안 좋은 성적을 내야 조금 더 오래 할 수 있다.(웃음) 내일부터 마무리 훈련에 들어가는데 선수들과 한명씩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 이전 투수 코치를 맡았을 때 키움은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활용했고 이 부분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얘기하다 보면 더 좋은 솔루션이 나올 거다."
-코칭스태프 구성은."지금의 코치들인 이전 (히어로즈에서) 투수코치를 할 때 농담도 주고받고 맥주도 함께 마셨던 사이다. 난 소통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다. 김지수 코치는 백업으로 훌륭한 역할을 해주고 있던 선수다. 투수코치를 할 때 얘기를 많이 했는데 언젠가 수비코치를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선수들과 유대관계도 좋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말이 많았는데."관련 기사를 최대한 안 봤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 부분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할 수 없는 것까지 고민하다 보면 앞으로 나가는 걸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키움은 대표팀에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수가 있고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전임 장정석 감독과 따로 연락했나."감독에 선임된 뒤 조금 지나서 바로 통화했다. 축하한다고 얘기해주시더라. 나중에 시간 되면 식사하자고 했다."
-감독 롤 모델이 있을까."어려서부터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만난 감독님들은 다 훌륭하신 분들이다. 그중에서 꼽으라면 두 분으로 압축된다. 항상 저한테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걸 강조한 힐만 감독과 미리미리 감독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알려준 염경엽 감독이다. 두 분이 가장 큰 롤 모델이다."
-외국인 선수 재계약 상황은."잘 진행되고 있다. 두 명의 투수는 모두 10승 이상을 했다. 샌즈 역시 러프(삼성)와 마찬가지로 좋은 타자다. 내가 투수라도 어디에 던져야 할 지 모르겠더라. 지금 구단에서 잘 진행하고 있다."
-부담은 없나."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부담은 되는데 이전 힐만 감독께서 '네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걸 최대한 구분하는 게 좋다'는 얘길 해주셨다. 부담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수와 타자에서 기대되는 선수를 하나씩 꼽자면."투수들은 다 좋아서 기대된다. 그중에서 꼽으라면 이승호다. 나도 어렸을 때 한국시리즈에서 던졌는데 승패와 상관없이 그때 야구가 가장 늘었던 경험이 있다. 국가대표로 뽑혀서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거 역시도 좋게 봤다. 도망가지 않고 투구한다는 건 긍정적이다. 타자 쪽에서는 김웅빈이다. 군대에 가는 시기에 투수코치를 맡았고 이번 포스트시즌을 지켜봤는데 상무에서 돌아와 적응 기간 없이 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게 쉽지 않다."
고척=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사진=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