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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토리] 김혜자·김칠두·이덕화·김응수…시니어 모델 전성기

입력 2019-11-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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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토리] 김혜자·김칠두·이덕화·김응수…시니어 모델 전성기
[멋스토리] 김혜자·김칠두·이덕화·김응수…시니어 모델 전성기

패션유통 업계가 '시니어 모델'을 앞다퉈 기용하고 있다. 노년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나지만, 출생률은 감소하자 새로운 판로를 연 것으로 보인다. 젊은이들 사이에 '멋지게 늙는다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시니어 모델의 전성기를 연 계기가 됐다. 업계는 중장년층 모델의 비상이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아이돌 일색이었던 홍보 모델 시장에 또 다른 장이 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니어 모델 붐을 타고 각종 노년 모델 선발대회가 성행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멋지게 늙는다…전 연령대 사랑받는 시니어 모델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올해 가을·겨울 컬렉션 '트릴로지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시니어 모델 김칠두(64)와 화보를 공개했다. 트릴로지 시리즈는 알프스 3대 북벽인 세르빈, 아이거, 그랑드 죠라스를 오르 내리는 등정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1987년 첫선을 보였던 알파인 스타일을 최근 패션업계 화두인 '뉴트로'로 재해석했다. 모델 김칠두는 밀레의 새로운 룩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내부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나이든 모델도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고, 10~20대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밀레 관계자는 "김칠두 화보가 공개된 뒤 안팎에서 체감하는 반응이 달랐다"며 "젊은 소비자들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가진 멋진 중장년에 매력을 느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순댓국밥집을 운영했던 김칠두는 나이답지 않은 날렵한 몸매와 분위기로 일반인이 순식간에 톱 시니어 모델이 된 드문 케이스다.

밀레는 반응이 뜨겁자 시니어 모델 마케팅에 고삐를 쥐었다. 지난달 김칠두에 이어 또 다른 시니어 모델인 여용기를 앞세워 지난달 또 다른 화보를 공개했다. 60대 패셔니스타이자 '부산의 닉우스터'로 불리는 여용기는 특유의 패션 센스를 발휘했다. 밀레 의상에 오피스룩, 캐주얼룩, 스트리트룩, 애슬레저룩 등 4가지 스타일을 연출했다.

밀레뿐만이 아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지난달 배우 김혜자(78)를 모델로 발탁해 주목받았다. 코오롱스포츠는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 나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김혜자를 기용했다고 밝혔다.

김혜자는 '꿈을 향한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평소 버킷리스트였던 아이슬란드 오로라 여행에 다녀왔다. 김혜자와 자연에만 집중한 이 영상에는 브랜드나 상품에 대한 언급 없이 자연에 대한 경외와 지나온 삶에 대한 고찰을 담아 시선을 끌었다.

시니어 모델 기용은 아웃도어룩의 태생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코오롱스포츠의 판단이다. 한경애 코오롱FnC 전무는 "그동안에는 젊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모델을 선택해왔다면,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아웃도어의 의미를 모델을 통해 투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은 11월 스페셜 이벤트 ‘행복제’ 광고 모델로 이덕화(67)를 발탁했다. 지난해 탑텝의 발열 내의 '온에어' 광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덕화는 SPA 브랜드 주 고객인 10~20대 사이에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끌어내자 또 한 번 브라운관에 모델로 나섰다.



우후죽순 '시니어 모델 콘테스트'…부작용도

시니어 모델이 인기를 끌자 바빠진 곳이 또 있다. 모델 에이전시와 아카데미, 모델 선발 대회 주최사다.

30년 전만해도 모델이나 연예인은 선호 직업군이 아니었다. 배우의 꿈이 있었으나 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접었다는 사례가 주변에 심심치 않게 있는 이유다. 이들은 못다 한 꿈을 이루겠다면서 모델 양성 학원과 에이전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시니어 모델'을 검색하면, 수강생을 모집하는 모델 아카데미를 홍보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시니어 모델 양성 학원들은 "나이 드는 것이 경쟁력인 시대"가 왔다면서 50~70대 중장년층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보통 시니어 모델 학원은 초·중·고급반으로 나누어져 있다. 3개월에 약 100만~200만원 가량 수강료를 내야 한다. 평균 1년가량 수업을 듣기를 권장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간다.

A 모델학원 관계자는 "우리 아카데미는 자체적인 쇼를 진행한다. 학원에서 부담하는 부분도 있으나, 참가비와 의상은 원생이 직접 준비한다"고 전했다.

중장년층이 모델학원에 몰리자 수도권의 상당수 백화점은 문화센터에 시니어 모델 강좌를 운영 중이다. 중장년층 중에서 모델 일을 찾는다는 뜻은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각 백화점은 일종의 고객 관리 차원에서 강좌를 연다. 2019년 9월 기준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백화점 등에서 30여개 프로그램이 열렸다.

이밖에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도 시니어 모델 입문 강좌가 개설돼 있다. 사설 학원보다 저렴하고 문턱이 낮아서 인기가 있다.

최근 시니어 모델 선발 대회가 성행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한국모델협회가 주관하는 '제1회 KMA시니어모델선발대회'가 열렸다. 예선 지원자만 70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 1차 예선에서 120명, 2차 예선에서 30명이 추려지면서 상당수가 본선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오는 23일에는 '2019미즈실버코리아선발대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전야제 격인 '쇼케이스' 행사가 진행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참가비가 상당하다.

A 모델학원 관계자는 "선발대회마다 참가비는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다양하다. 서류 제출에 필요한 프로필 사진과 의상비 등에도 별도 비용이 발생한다. 개인이 쓰기 나름이지만 수십만원 정도 든다"며 "데뷔에 참가한다고 데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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