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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황인범 딜레마'에 빠지다

입력 2019-11-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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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황인범 딜레마'에 빠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레바논과 비겼다.

대표팀은 지난 14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 레바논과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번 무승부로 한국 2승2무, 승점 8점을 얻으며 H조 1위를 지켰다. 하지만 불안한 1위다. 2위 레바논과 3위 북한이 승점 7점으로 한국과 1점 차에 불과하다. 한 수 아래 전력인 레바논을 이기지 못한 것에 대표팀. 축구팬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레바논전은 전체적으로 모든 선수들이 부진했고, 무기력했지만 팬들은 한 선수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바로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이다.

그는 레바논전 선발로 나섰지만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책이 잦았고, 흐름을 끊었다. 손흥민(토트넘)이 내려와 수비에 적극 가담하는 이유 역시 황인범에게서 찾았다. 중원에서 공격진으로 패스가 이어지지 않으니 손흥민이 직접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프리킥 크로스마저 하늘로 띄우는 모습에 팬들은 격분했다. 황인범은 전반만 뛰고 교체됐다. 왜 그가 대표팀에 발탁되고, 선발로 출전하는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뿐만이 아니다. 황인범은 기성용(뉴캐슬)의 대표팀 은퇴 이후 주전을 꿰찼지만,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황인범이 출전하는 거의 모든 경기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자 팬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노에 벤투 감독은 단호하다. 그는 황인범에 대한 절대신뢰를 보내고 있다. 지난 10월 A매치 명단발표 당시에도 '황인범 논란'이 있었다. 그때 벤투 감독은 "황인범이 가진 장점은 너무 많다. 모두 설명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전천후 미드필더라 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역량을 갖춘 선수다. 공격과 수비 모두 이해를 하고 있는 선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논란을 종식시키려 했다. 이번 레바논전이 끝난 뒤에도 "전반전이 후반전보다 경기력이 좋았다"고 말했다. 황인범이 뛴 전반전을 더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선수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과 팬들의 시선이 다른 것은 언제나 존재했던 현상이다. 지도자와 팬들의 시선은 다를 수 있다. 팬들이 보기에 부진했지만 지도자가 보기에는 맡긴 역할을 100% 수행할 때도 있다. 팬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를 일일이 다 설명할 수도 없다. 감독은 자신의 철학과 전술에 적합한 선수를 기용하는 것도 맞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하지만 감독과 팬들의 시선의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분명 문제가 생긴다. 벤투호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감독은 선수 기용에 부담감을 안을 것이고, 선수 역시 압박감 속에서 경기에 나서야 한다. 감독도 선수도 힘들고 괴롭다. 앞으로 매 경기마다 '황인범 논란'이 따라올 것이 자명하다. 팬들의 불신에 대표팀의 전진 동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 대표팀과 팬들의 하나된 대표팀을 만들 수 없게 된다. 팬들의 비난을 받는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 역사는 없다.

그렇기에 벤투 감독은 팬들을 냉정하게 설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론에 휘둘리라는 것이 아니다. 팬들이 왜 그렇게 분노를 하는 지 이해를 하는 것이 먼저다. 자신이 무조건 옳다는 고집은 분열을 조장할 뿐이다. 그 다음 경기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과거 김영권(감바 오사카) 황의조(보르도) 등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지만 실력으로 증명하자 논란은 단 번에 종식됐다. 반면 논란의 선수를 계속 기용하다 실패를 맛본 지도자들도 존재한다.

결국 감독의 선택에 달렸다. 벤투 감독 스타일 상 황인범은 계속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영권과 황의조가 그랬듯,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성과가 필요하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모른다. 빨리 찾아온다면 벤투 감독과 황인범 모두 날개를 달 수 있다. 반대로 이 시기가 늦게오면 올 수록 벤투호는 '황인범 논란'으로 인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너무 늦기 전에 대체자원을 고려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는 19일 만나는 세계 최강 브라질. 황인범이 진정 경쟁력을 갖췄는지, 혹은 대체자가 등장할 것인지, '황인범 딜레마'를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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