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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도쿄스토리] 다크호스 이승호, 대표팀이 그의 다음 한일전을 기다린다

입력 2019-11-17 17:04 수정 2019-11-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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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대표팀 이승호가 지난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최종전 일본과 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이닝 6실점. 선발 투수에게 '무너졌다'는 표현을 써도 할 말이 없는 성적이다. 그러나 이승호(20·키움)라면 다르다. 실패를 다음 성공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얻는다.

이승호는 지난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최종전에 선발 투수로 깜짝 등판했다. 당초 에이스 양현종(KIA)이 이 경기 선발 투수로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하루 전 멕시코전에서 결승 진출과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동시에 확정하면서 굳이 이 에이스를 무리하게 마운드에 올릴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 낙점된 대체 카드가 '젊은 왼손 투수' 이승호다.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된 이승호는 지난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예선라운드 쿠바전에서 9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었다.

감독과 코치의 믿음이 깊었다. 김경문 감독은 "일본전에 결승 진출 여부가 걸려 있었다면 이승호가 선발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도 김광현과 양현종에 이어 국제대회에서 뛸 수 있는 좋은, 젊은 왼손 투수가 필요하다. 이승호가 침착한 편이라 긴장은 많이 되겠지만, 자신감을 많이 얻고 간다면 다음에 한국 대표팀에도 더욱 힘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일언 투수코치도 "이승호처럼 젊은 투수가 한일전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며 "사실 이승호는 처음부터 왼손 원포인트릴리프로 쓰다 이런 상황이 오면 선발 투수로 내려고 뽑은 선수"라고 뒷얘기를 공개했다.

선배들과 동료들도 응원을 보냈다. 특히 대표팀 왼손 원투펀치인 김광현(SK)과 양현종이 이승호에게 힘을 실었다. 특히 김광현은 딱 스무살이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예선과 준결승 두 경기 모두 일본을 상대로 호투해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누구보다 이승호의 심정을 잘 알고 있는 선수가 바로 김광현이다.

그는 "승호가 긴장이 많이 되겠지만 이번 등판을 계기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현종이와 나 외에 좋은 (에이스감) 투수가 안 나온다는 말이 계속 나와 신경쓰였는데, 승호가 국가대표 왼손 투수 계보를 이어줬으면 좋겠다. 나 역시 계속 응원해줄 것"이라고 후배의 성장을 바랐다. 양현종 역시 "승호가 이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 나에게 많이 물어보려고 하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도 정말 좋다"며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강한 선수다. 믿음이 가는 후배"라고 지지했다.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한 동갑내기 친구 이정후(키움)도 다르지 않다. "투수치고는 생각이 많거나 예민한 편이 아니어서 큰 경기에서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라며 "나가서 던지는걸 재미있어 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대표 주전 포수 양의지(NC) 역시 "로케이션이 정말 좋은 투수"라고 증언했다.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2이닝 8피안타 1볼넷 1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고 일찍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국이 1-3으로 뒤진 3회 무사 만루서 교체됐고, 다음 투수 이용찬이 승계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여 실점이 3점 더 늘었다. 정교하기로 이름난 일본 타선의 집중타를 이겨내지 못했다. 국제대회 첫 선발 등판이자 한일전 첫 경험도 아쉬운 기억만을 남긴 채 끝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이승호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선택한 차기 에이스답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많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야구를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갑작스럽게 통보를 받고 등판한 한일전이라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인정했지만, 반대로 "미리 준비를 더 잘하고 나간다면 다음엔 충분히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감도 표현했다. 대표팀 선배들도 마운드를 내려온 이승호를 향해 "좋은 경험을 했다. 다음 시즌도 그렇고, 야구하면서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그렇고, 이런 경기를 해보면 여러가지로 도움이 된다"고 다독였다고 한다.

특유의 배짱도 여전하다. "내 실투가 많긴 했지만, 다들 놓치지 않을 정도로 잘 치는 타자들이었다"고 인정하면서 "그래도 한국에서 하는 경기보다 위압감이 크지 않았다. 내가 던지는 경기의 무게는 그리 크지 않았으니 다음엔 더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결과를 내보고 싶다"고 오히려 의욕을 보였다. 김 감독이 눈여겨 보고 한일전 선발로 선택한, 이승호의 장점과 매력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도쿄=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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