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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도쿄리포트] 베이징 후 12년…김경문의 위대한 항해가 다시 시작된다

입력 2019-11-17 15:20 수정 2019-11-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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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3차전 멕시코와 한국의 경기. 대표팀은 이날 멕시코를 7대3으로 꺾으며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위로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제공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의 위대한 항해가 다시 한 번 시작된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 야구대표팀이 12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한국은 지난 15일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멕시코와 경기에서 7-3으로 승리해 대회 폐막 이틀을 남겨 놓고 일찌감치 주최국 일본과 만나는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또 한국과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올림픽 진출권을 놓고 다투던 대만이 이날 미국에 패하면서 2020년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동시에 손에 넣었다.

일본으로 건너온 뒤 부담감과 긴장감에 연일 잠을 못 이뤘던 김 감독은 마침내 가장 중요한 과제를 이뤄낸 뒤 "올림픽 티켓을 따낸 덕분에 그동안 생각을 많았던 책임감에서 조금은 홀가분해진 것 같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림픽 본선에는 총 6개국이 출전한다. 한국은 개최국 일본과 유럽·아프리카 예선읕 통과한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도쿄 올림픽행을 확정했다. 나머지 세 장은 이번 대회 아메리카 지역 최상위팀인 멕시코와 아메리카 지역 예선(2020년 3월·미국) 1위 팀, 6개국(대만, 중국, 네덜란드, 아메리카 예선 2·3위, 오세아니아 예선 1위)이 참가하는 세계 예선(2020년 3~4월·대만) 1위 팀에게 돌아간다.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쿠바와 경기에서 승리 후 환호하는 대표팀의 모습. 중앙포토

올림픽에서 야구가 열린 마지막 대회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다. 류현진(당시 한화) 김광현(SK) 김현수(LG)와 같은 프로 2~3년차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면서 세대교체의 기틀을 잡기 시작한 시기였다. 동메달을 목표로 베이징에 간 대표팀은 예선 7경기를 다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준결승에서는 일본을 만나 이승엽의 결승 2점포와 김광현의 8이닝 2실점 역투를 앞세워 역전승했다. 결승에서도 이전 대회 우승팀 쿠바를 상대로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서 정대현이 유격수 병살타를 이끌어내 감격적인 전승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만 야구는 한국의 금메달을 마지막으로 올림픽에서 사라졌다. 2005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2012년 런던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특정 종목이 한 번 올림픽에 편입됐다가 다시 빠진 것은 1932년의 폴로 이후 70년 만에 처음이었다.

가장 큰 원인은 IOC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올림픽 기간 동안 리그를 중단하지 않고 빅리거들의 올림픽 참가를 협조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느껴서였다. '각 종목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출전해 세계 최강자를 가린다'는 올림픽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또 야구가 극히 일부 국가만의 관심을 받는 종목이고, 경기시간이 게임 상황에 따라 너무 달라져 일정을 편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제외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2020년 올림픽 개최지가 야구 인기가 높은 일본의 도쿄로 결정되면서 재진입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2016년 IOC 총회에서 야구·소프트볼과 서핑, 스케이트보드, 클라이밍, 가라테 등 5개 종목을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야구가 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일본이 야구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기 위해 만들었던 프리미어12가 자연스럽게 올림픽 예선 역할을 하게 됐고, 이 대회 초대 우승국인 한국은 두 번째 참가에서 또 한 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현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이 바로 베이징올림픽 우승 사령탑이라는 점도 기분 좋은 인연이다. 당시에는 두산 감독을 병행하면서 대표팀 지휘봉까지 잡느라 양쪽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았다면, 이번에는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올림픽에 전념할 수 있는 대신 그만큼 책임감과 무게감이 더 커졌다.

[IS 도쿄리포트] 베이징 후 12년…김경문의 위대한 항해가 다시 시작된다

김 감독은 "그때 올림픽 감독을 하고 난 뒤 내가 또 이렇게 국가대표 감독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지금은 그저 잘 따라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칭찬을 많이 하고 싶다"며 "베이징 대회 후 12년이 지난 내년에 올림픽이 다시 열린다. 그곳에서 다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잘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 역시 김 감독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에이스인 김광현은 "대표팀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이 신기했는데, 다시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는 게 뜻깊다"며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의 자부심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이 이끌던 두산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던 주전 포수 양의지(NC) 역시 "감독님은 나를 대표팀에 뽑아주신 분이다. 부담감이 많으셨을 텐데 감독님의 목표를 이뤄드릴 수 있어서 좋다"며 "그때 두산에서 함께 했던 나와 김현수(LG) 민병헌(롯데) 모두 대표팀에서 다시 감독님을 만나 좋은 결과를 낸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도쿄=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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