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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정유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말, 화나고 황당해"

입력 2019-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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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인터뷰 / 사진=매니지먼트 숲

고민하지 않았고, 큰 부담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명확한 이해와 공감은 판단과 선택으로 이어졌다. 진정성은 흥행으로 보답 받았다. 누적관객수 300만 명을 넘어서며 가을 스크린을 휩쓴 영화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 정유미(37) 필모그래피에 길이 남게 될 또 한 편의 대표작이다.

원톱 주연도, 그에 따른 홍보와 작품에 대한 책임도 꽤나 부담스럽게 느껴왔던 정유미는 '82년생 김지영' 앞에서는 오로지 작품이 먼저였다. "해야하는 것, 해도되는 것"이라는 한 마디가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정유미의 정답이다. 정유미는 성장한 배우 정유미의 가치를 꽤 의미있게 활용 중이다.

사회적으로 여성이 느끼는 차별을 아주 크게 경험한 적은 없지만, 심장이 '쿵' 떨어지거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이들은 너무나도 많이 봐 왔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감수해'라는 말은 '여자니까 받아들여'라는 폭력과 때론 크게 다를 바 없다.

논란과 갈등은 이제 무엇이 먼저인지 따지지 못할 정도로 뫼비우스띠처럼 하염없이 돌고 도는 모양새다. 하지만 분명한건 '82년생 김지영'은 어떤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시발점은 결코 아니라는 것. 제 몫을 120% 이상 해낸 정유미는 "다양한 시각의 긍적적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인터뷰 / 사진=매니지먼트 숲

-공유와는 '도가니' '부산행'에 이어 세번째 호흡을 맞췄다.
"사실 이번에도 말만 부부였지 같이 찍은건 별로 없었다.(웃음) 그래도 세 작품 중에서는 가장 밀접한 관계이기는 했다. 하하. 배우라고 해서 배우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주변에 친구, 동료로서 작품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건 감사한 일이다."

-편안함에서 오는 시너지가 있을 것이다.
"말을 안 해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촬영할 때도 감정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지는 않았다. 이걸 왜 하는지, 지금 어떤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도가니', '부산행' 때만큼 재미있기 찍었다."


-대현은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주는 남편이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웃음) 뭐 누군가는 이상적이라 할 수 있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대현 같은 남편, 아빠, 아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 대현을 통해 지영의 감정과 상황이 더 잘 드러날 것 같았다."

-현재 정유미는 김지영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연기였지만 잠깐이나마 김지영으로 살아보니 어땠나.

"솔직히 '내가 그 삶을 얼마만큼 이해 할 수 있으며, 위로를 해 드릴 수 있을까' 그런 마음도 든다. 근데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우리 배우들이 해야 하는 일은, 어쨌든 영화를 선택해 주고 봐 주신 관객들에게 그대로를 전달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지영의 삶을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잠깐이나마 느끼면서 깨닫게 되는 지점들이 있었고, 그래서 미안함 마음도 컸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인터뷰 / 사진=매니지먼트 숲


-현실의 지영이들에게?

"잊고 지냈던 가족들, 알고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의 평도 기다려진다. '너 무심했어' '앞으로 잘해라' '영화 고맙다' 등 나에게 오는 다양한 반응들이 있을 것이다.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웃음)"

-엄마와 함께 본다는 관객도 많다.

"난 못 볼 것 같다. 내가 너무 잘못한 것이 많아서, 너~무 무심했어서, 죄송스러운 마음에.(웃음) 문자는 매일 하는데, 전화는 시큰둥 했다. 전화가 와도 엄마는 '밥 먹었냐'면서 더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데, 난 '빨리 이거 가야돼! 했던 적이 많다. 따로는 꼭 보여드릴 생각이다."

-배우라는 직종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이나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나.

"아직은 없다. 없었던 것 같다. 있어도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라 '그런가? 그랬어? 그런가보지 뭐' 하는 편이다."



-극중 지영처럼 심장이 '쿵' 떨어진 경험은.

"그건 엄청 많다. 직접 느낀 경험이라 그 장면을 찍을 때 실제로 들숨 날숨을 쉬면서 최대한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시사회를 갈 때도 늘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다. 다른 배우들이 이야기 하고 있을 때 혼자 심호흡을 엄청 한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인터뷰 / 사진=매니지먼트 숲

-마지막 대사는 넓은 범위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시원하면서도 화났다. 나에 대해 진짜 뭘 안다고!(웃음)"

-실질적인 피해가 있었고, 루머 유포자를 잡기도 했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렸나.
"맞다. 잡았다. 놀랍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감수해!'라는 것은 너무 슬프고 서글픈 것 같다. 왜 사실이 아닌 말들을 만들어내서…. 모르겠다. 그냥 웃기기도 하다. '왜 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거기 가 있어야 하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차기작은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의도했던건 아닌데 또 이름이 제목인 작품이다. '82년생 김지영'을 하기 전에 보고 있었던 지영이 하기 전에 보고 있었던 드라마였는데, 요즘 내가 이런게 끌리나?(웃음) 그것 또한 재미있고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 개봉 후,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길 바라나.
"음…. 갈등이 커지면 너무 너무 슬플 것 같다. 서글프지 않냐. 정말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영화는 문제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니다.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만들었다. 정치 시사가 아니라 문화가 하는 기능적인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함께 해 주시길 바란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인터뷰 / 사진=매니지먼트 숲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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