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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신구조화 으뜸' 김경문호, 도쿄 올림픽 완벽 대비

입력 2019-11-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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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이 7일 열린 캐나다전에서 승리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억지로 짜낸 기색이 없이 자연스럽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이상적인 세대 교체를 해내고 있다.

그동안 국제대회 대표팀을 맡은 감독은 예외없이 압박감에 시달렸다. 대회 의미, 경중, 화제성과 무관했다. 그래서 마지 못해 맡거나 고사하는 지도자도 있었다. 전임 감독 체제가 개막했지만 사령탑이 갖는 부담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기대받는 결과를 내기 위해 검증된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세대 교체를 의식하며 대회를 치르기 어려웠다.

대표팀은 지난 10년여 동안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12 우승 등.

그러나 세대 교체 필요성은 항상 대두됐다. 4번 타자 계보는 이승엽(은퇴)에서 이대호(롯데), 박병호(키움)로 이어졌다. 양현종과 김광현, 1988년생 좌완 듀오도 여전히 전성기에 있다. 문제는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세대가 보이지 않던 것.

2017 WBC에서 예선 탈락하면서 이런 우려는 심화됐다. 현재 대표팀 주축인 1986~1988년생 선수들보다 한참 후배이면서 미래 에이스와 4번 타자, 리더가 될 자질을 보이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이 시점까지는 1995년생 내야수 김하성이 유일했다.

이정후가 6일 고척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출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그러나 2019 프리미어12에서 미래 대비라는 갈증과 우려를 해소할 수 있었다. 리그 데뷔 2~3년 차에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활약하며 전력 주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7시즌 신인왕 이정후(22)는 단연 돋보인다. 연일 멀티 히트 행진이다. 낯선 투수를 상대로도 특유의 부챗살 스윙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시속 150km 몸쪽 속구도 어렵지 않게 공략한다. 그는 이 대회 예선 첫 경기던 호주전부터 3번 타자로 나섰다. 김현수, 손아섭 등 리그 대표 타격 기계가 맡던 자리다. 2019년 11월 현재는 이정후의 자리다. 제격이다. 김현수도 후배가 더 좋은 타격감이 있다고 인정한다.

두산 토종 에이스로 성장한 이영하(22)도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과의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선발 양현종이 6회초 2사 뒤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미국 2번 타자 알렉 봄과의 승부에서 철저한 바깥쪽(우타자 기준) 공략으로 헛스윙 3개를 유도했다. 3-1, 2점 차 살얼음판 리드였다. 가장 중요한 흐름 속에서 대표팀에 승기를 선사했다.

김하성(24)은 이제 고정 주전 유격수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도 뛰었던 조상우(25)는 사실상 대표팀 마무리투수가 됐다. 물론 선배들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김현수는 하위 타선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미국전에서는 8회초 2사 2루에서 이용찬이 좌전 안타를 허용했을 때 신속한 쇄도와 정확한 송구로 2루 주자 에드워즈를 홈에서 잡아내기도 했다. 이영하가 씬스틸러가 된 것도 양현종이 좋지 않은 컨디션에서도 6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막아준 덕분이다.

인위적으로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준 게 아니다.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고 사령탑의 선택을 받았다. 돌아보면 한국 야구는 항상 그랬다. 류현진, 김광현 모두 데뷔 1·2년 차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신구 조화는 경쟁으로 이어졌고 시너지가 있었다. 이번 대표팀은 이 점이 더 두드러진다. 여기에 올림픽 일본전에서 신인급이던 김현수를 대타로 내세웠던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냉철한 판단을 하면서도 과거 이력과 현재 컨디션 사이에서 정확한 판단을 하는 지도자다.

2019 프리미어12는 도쿄 올림픽 티켓 확보와 대비가 최대 의미다. 현재 대표팀의 조화는 진짜 무대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만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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