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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헬스] 참다가 척추 굳는다…강직성척추염 3대 식별 포인트는

입력 2019-11-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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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헬스] 참다가 척추 굳는다…강직성척추염 3대 식별 포인트는

40세 김모씨는 5년 전 요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허리디스크를 진단받았다. 가급적 움직이지 말라는 의사의 말을 성실히 따랐고, 당시만 해도 견딜 만한 통증이어서 그때 그때 치료와 마사지를 받았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포도막염과 족저근막염이 찾아와 일상생활이 힘들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강직성척추염에 대해 접하고 류마티스내과 병원을 찾아가서 비로소 그동안 한밤중에 잠을 깨게 만드는 허리 통증, 족저근막염, 포도막염이 모두 강직성척추염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이미 척추는 굳어져 되돌릴 수 없었다.

젊은 나이에 많이 걸리는 강직성척추염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증세가 척추 관절염과 비슷하고 통증을 견딜 만해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척추가 되돌릴 수 없이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강직성척추염은 조기에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류마티스내과를 찾기를 전문의들은 권한다.


쉬어도 허리 통증이 더 심하다면…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발생해 점차적으로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만성 척추관절병증의 일종으로, 류마티스질환 중 하나다.

대개 젊은 나이에 증상이 나타나며, 남성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통계에 따르면, 2018년 강직성척추염 환자 수는 4만3686명이었으며, 10명 중 7명(72%, 3만1460명)이 남성이었다.

강직성척추염은 다양한 척추 관절에 관절염·강직감·통증이 나타나고, 더 진전되면 척추를 움직이지 못할 수 있다. 대다수가 엉치와 엉덩이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서 병이 시작되며, 주로 허리 아랫부분과 엉덩이 부위에 통증이 많이 발생한다.

또 아침에 일어나도 허리에 뻣뻣함이 몇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고, 운동하거나 활동하면 통증이 서서히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이하 학회)가 발표한 '강직성척추염 진단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증이나 뻣뻣한 증상을 자주 느끼는 시간대는 '기상 직후(4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과 무관하게 간헐적으로 느낀다는 환자는 22.4%였다.

이처럼 강직성척추염은 허리디스크 등에서 오는 요통과 달리 쉬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움직이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진행된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X선 사진. 척추 강직이 진행돼 대나무처럼 보인다(흰색 화살표). 엉치엉덩관절(천장관절)도 심한 염증으로 인해 소실되고 강직을 보인다(검은색 화살표).]
[진행된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X선 사진. 척추 강직이 진행돼 대나무처럼 보인다(흰색 화살표). 엉치엉덩관절(천장관절)도 심한 염증으로 인해 소실되고 강직을 보인다(검은색 화살표).]

허리가 계속 아프지만 견딜만하다면…
강직성척추염은 통증이 얼마나 심할까. 학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척추(목·등·허리)의 통증이나 뻣뻣함이 나타났을 때 느껴지는 신체적 불편감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강직성척추염 환자(44.2%)가 '견딜 수 있는 정도'라 답했다.

'약을 먹고 싶다'고 답한 사람은 29.3% 밖에 안됐고, 5명 중 1명 정도(17.4%)만이 '참기 어려운 정도'로 답했다.

이 결과는 신체적 불편감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참을 만해 병원 방문이나 진료를 미루는 경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이를 단순한 통증으로만 보는 시각도 강직성척추염의 진단을 늦어지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학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강직성척추염을 정확하게 진단받지 못하고 진료과를 전전하는 기간이 평균 39.78개월로, 3년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대부분은 고관절염이나 허리디스크 등 단순 근골격계 질환으로 오인해 정형외과를 내원하는 경우가 61.5%로 가장 높았다. 류마티스내과를 가장 먼저 찾은 환자는 18.2%에 불과했다.

강직성척추염은 조기 진단과 관리로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가진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것이 필요하다.



허리가 아픈데 전신이 피로하다면…

[척추변형을 부르는 강직성척추염 팩트.]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척추 관절뿐 아니라 손가락 등이 붓거나 통증이 발생하는 말초관절염, 인대가 뼈와 접한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부착부위염 등 다른 부위에서도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다양한 관절 외 증상도 발생한다. 우울증이나 불안감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가 동반되기도 하며, 드물게는 신장(혈뇨)이나 심장(판막이상)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전신 피로는 강직성척추염을 다른 척추 질환과 구분하는 중요한 동반 증상이다. 실제 학회의 설문 결과에서도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은 '척추의 통증 및 뻣뻣함' 외에 '전신 피로' 증상(59.8%)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만약 3개월 이상 계속되는 허리와 등 부위 통증과 함께 안구 통증 및 충혈, 눈부심 등을 주 증상으로 하는 포도막염이 있으면 강직성척추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사지 말초 관절 부위, 특히 발뒤꿈치 쪽 아킬레스 인대 부위 통증이 있는 경우, 한밤중에 허리나 등이 아파서 잠에서 깨는 경우가 잦다면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직성척추염 외 진단된 보유 질환으로 '고혈압'(20.7%), '고지혈증'(14.0%), '불면증'(8.8%), '당뇨병'(6.4%), '우울증'(4.9%) 등이 나타났다. 특히 40대 이상, 진단 시기가 5년 초과된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내과적 동반 질환을 보유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김현숙 대한류마티스학회 홍보간사(순천향대 서울병원)는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와 함께 환자의 건강을 전반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내과적 염증 질환이어서 류마티스내과의 전문적인 치료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척추 질환의 증상과 구별되는 강직성척추염의 주요 특징을 기억해 진단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환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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