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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없는 파리 롤드컵…움직이는 글로벌 e스포츠 중심

입력 2019-11-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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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없는 파리 롤드컵…움직이는 글로벌 e스포츠 중심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아코르호텔 아레나. 작년 10월 방탄소년단(BTS) 공연 때 한류 팬들로 가득 찼던 이곳이 비가 오는 날씨에도 라이엇게임즈가 개최하는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의 2019년 우승팀 탄생을 보려는 e스포츠 팬들로 가득했다.

10·20대의 젊은 팬들은 이른 아침부터 경기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는가 하면 경기 내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2019 롤드컵' 결승전에 올라온 중국과 유럽 팀의 팀명을 연호하고 형광 팔찌를 흔들고 응원봉을 두드리는 등 마치 유럽 축구 리그의 경기장에 와 있는 듯 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늘 한국으로 꼽히던 글로벌 e스포츠의 중심이 바뀌고 있는 현장이다.


e스포츠 중심은 중국·유럽으로 이동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다. e스포츠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고, 방송 중계가 이뤄지고, 대기업 팀이 생기고,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다수 배출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 e스포츠 선수들이 꼭 가고 싶은 나라가 한국이며, 실제 이들은 큰 대회를 앞두고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오기도 한다. 한국이 전 세계 e스포츠의 중심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e스포츠 중심이 중국과 유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 지역의 경기력이 크게 올라오며 한국을 넘어서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한국이 단골로 진출하던 롤드컵 결승전에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중국과 유럽 팀이 올라와 우승을 다퉜다.
[10일 `2019 롤드컵` 결승전에서 우승한 중국 PFX.]
이날 롤드컵 결승전에서는 중국의 '펀플러스 피닉스(PFX)'가 유럽 홈 팀인 'G2 e스포츠'를 3-0으로 꺾으며 작년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중국이 최강국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SK텔레콤 T1이 4강까지 올랐으나 G2에 3-1로 지며 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한국은 2012년부터 6년 간 빠짐없이 결승전에 올랐지만 작년과 올해는 중국과 유럽 경기를 구경만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존 니덤 라이엇게임즈 글로벌 e스포츠 총괄은 "한국은 항상 e스포츠 분야에서 앞서 나갔고, 역사적으로도 최고의 성적을 거둔 팀들을 배출해왔다"며 "그러나 지난 24개월 동안 각 지역들이 LCK(한국 LoL 리그)의 아성에 도전해 플레이 수준을 향상시켜왔다"고 말했다.
[10일 `2019 롤드컵` 결승전을 찾은 팬들이 유럽 팀인 G2를 응원하고 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e스포츠 팬인 데미안(29) 씨도 "LoL e스포츠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이 매번 롤드컵에 진출했지만 이번에는 유럽이 올라왔다. 유럽도 이제 e스포츠 강국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유럽은 경기력에서 중국보다 한 수 아래지만 e스포츠 팬의 열기는 한국 못지 않다.

이날 경기장은 오전부터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 각지에서 찾아온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9 롤드컵` 결승전을 찾은 팬들이 유럽 팀인 G2 가면을 쓰고 응원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거나 치어풀(응원 도구)를 직접 만들어 오고, 경기 내내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는 팀명을 연호했다.

유럽 축구팀 아스널 팬이기도 하다는 고테(24) 씨는 "일반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는 모습과 프로 e스포츠 선수가 보여주는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유명 기업들 너도 나도 스폰서로…마케팅 플랫폼으로 각광

중국과 유럽에서 e스포츠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명 기업들의 스폰서 참여가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파리 롤드컵에서는 세계적인 명품 업체인 루이비통이 라이엇게임즈와 협업해 우승컵 케이스를 제작했고, 게임 내 챔피언 스킨도 선보인다. 루이비통이 e스포츠 파트너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다른 유명 기업들도 이번 롤드컵을 앞두고 스폰서로 참여했다. 델의 미국의 컴퓨터 하드웨어 자회사 에일리언웨어와 싱가포르의 게이밍 전용 의사 회사인 시크릿 랩, 유니레버의 남성 화장품 업체 AXE,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Oppo), 에너지 드링크 업체 레드불, 보험회사 스테이트 팜 등이다. 글로벌 카드 회사인 마스터카드는 작년부터 후원하고 있다.
스폰서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존 니덤 총괄은 "지난 2년 간 LoL e스포츠의 각 지역 및 글로벌 스폰서가 두 배로 늘었다"며 "루이비통과의 파트너십 이후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협업을 하고 싶다며 많이 연락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마케터들은 지난 몇 년 간 e스포츠의 영향력에 대해 확실히 이해했다"며 "전통적인 형태의 마케팅으로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젊고 디지털에 정통한 청중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고 한다"고 했다.


변화가 필요한 한국 e스포츠


중국과 유럽 e스포츠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정체 상태다. 국제 대회에서 왕좌를 내주는 경우가 많아졌고, 산업화 진전도 느린 상황이다.

여기에는 e스포츠 팀의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운 점과 종목사의 독점적 리그 운영에 따른 사업 확장성 제약, 작은 한국 시장 규모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에 한국 e스포츠가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LoL e스포츠 4대 리그 중 북미·중국·유럽에도 시행되고 있는 리그 프랜차이즈가 도입돼 승격-강등이 없는 시스템으로 팀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존 니덤 라이엇게임즈 글로벌 e스포츠 총괄.]
e스포츠계 관계자는 "롤드컵이 끝나면 팀이 없어지거나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진다"며 "이래서야 팀을 안정적으로 꾸릴 수도, 투자를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좀 니덤 총괄은 "유럽 리그의 경우 올해 프랜차이즈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G2가 이번 결승전까지 올라올 정도로 강해졌다"며 "한국에서도 프랜차이즈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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