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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횡단보도 천천히 건넌다고 폭행…짓밟히는 '보행권'

입력 2019-11-1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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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쿨존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여 숨진 고 김민식 군의 안타까운 사연을 밀착카메라가 지난달 전해드렸습니다. 횡단보도를 너무 천천히 건넌다면서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마음 놓고 건너기 어려운 횡단보도, 밀착카메라가 취재했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양쪽에서 지나치는 차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양보는커녕 더 속도를 내 휙 지나갑니다.

경적을 울리며 보행자를 재촉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주거단지와 상업지구가 함께 있는 서울 서초동의 골목입니다.

[허혜영/서울 사당동 : 기다려주시기보다는 쌩쌩 지나가시는 경우가 많아서 제가 보통 기다렸다가 그냥 눈치 보고 건너가요.]

[이형식/인천 부평구 : 사고 안 날 상황인데 사고가 났다니까, 여기서? 이렇게 누워 있는데 얼굴이 많이 상했더라고. 방법이 없어요. 정신 못 차리면 사고 나는 거지 뭐.]

이렇게 신호등이 없거나 점멸등인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우선입니다.

이 경우엔 차는 횡단보도에서 속도를 줄이고 멈췄다가 지나가야 하는데요.

실제로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제가 직접 지나가면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보행자를 배려하는 운전자를 찾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걸어 나서도 먼저 지나가기 일쑤입니다.

절반을 건넜지만, 멈추지 않습니다.

[운전자 : 횡단보도를 너무 촘촘히 놓으면 그것도 교통 체증을 유발하니까 좀 애매한 측면이 있어요.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요.]

[김홍표/서울 신림동 : 좌우 잘 살피고 사람 있나 없나 그런 거 확인하고, 그런 거? 당연한 건데 사람들이 안 지키니까 사고가 나지 않을까 싶네요.]

퇴근길 무렵, 서울 구로구 디지털단지 인근.

점멸식 횡단보도 교차로에 보행자와 차가 뒤엉킵니다.

보행자가 적극적으로 앞으로 걸어나서지 않는 이상 차가 먼저 멈춰서서 양보 하는 건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만큼 운전자 습관 자체가 보행자를 우선 배려한다고 보여지진 않습니다.

[민옥경/서울 구로동 : 유모차를 밀고 가지만 차가 쑥 밀고 들어온다는 느낌… 반 정도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이 있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지난 6월 새벽, 경기도 화성에 60대 여성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회전 차에 치어 두 다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운전자가 신호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용만/피해자 가족 : 이쪽에서 가해자가 피해자 확인을 했고, 확인한 순간부터 '어, 어, 어' 하면서 3차선을 우회전한 게 아니라 좀 크게 우회전하다가…]

도로 폭이 10미터 이내로 좁아 사람과 차가 함께 쓰는 도로도 있는데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이태원 같은 곳은 보행자우선도로로 지정돼 있습니다.

보통 이런 무늬가 있는 바닥을 깔거나 색을 칠해두는데 이곳이 보행자 우선도로다 라는 명확한 표식은 없다보니 운전자나 보행자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쪽으론 불법주정차 중인 차들이 쭉 늘어서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로 곡예운전을 하는 오토바이.

비키라고 경적을 울리는 택시.

[천승필/경기 성남시 정자동 : 그냥 일반 도로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니니까 보행자라고 생각하는 거지, 표지판이나 그런 게 있었으면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최근 5년간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사고는 2만4400여건, 사망자는 488명이었습니다.

또 보행 중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10만 명당 4.1명,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 수준입니다.

보행자가 우선인 횡단보도에서 왜 보행자들은 차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만 하는지 의아한데요.

횡단보도가 나오면 차 속도를 줄이고 사람이 건너려는 것 같으면 멈춰서 양보하는 운전 습관이 당연한 매너가 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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