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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쏘는 정치] "윤정희, 10년째 알츠하이머"…남편 백건우의 고백

입력 2019-11-11 19:00 수정 2019-11-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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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 (2010) : (근데 아줌마, 원래 그렇게 멋쟁이로 하고 다니세요?) 나 멋쟁이로 보여요? 나 멋쟁이 아니에요. 어디로 갔지 또? (뭘 찾아요?) 저거…저거…내 말이 생각이 안 나네. 돈 넣는 거요. 요만한 거 있잖아요. (지갑이요?) 맞아 지갑이요. 아이고 또 지갑이 어디갔어? (이거 이거 뭐에요?) 내가 이래 요새 정신이 없어요.]

[강지영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톡쏘는 정치 강지영입니다. 방금보신 영화, 2010년 이창동 감독이 만들고 배우 윤정희 씨가 주연했던 '시'라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미자는 중학교 다니는 손자를 키우면서 시를 배우는 인물입니다.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겪는 걸로 나오는데요. 이 영화로 윤정희 씨는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작품에서 알츠하이머를 연기한 배우 윤정희 씨가 10년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백건우/피아니스트 (음성대역) :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 식입니다.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 하면 '알았다' 하고 도착하면 또 잊어버립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묻고,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고 하면 '앙코르는 뭘 칠거냐'고 물어봅니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한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식이었습니다.]

딸인 바이올리스트 백진희 씨는 "나를 못 알아볼 때가 정말 힘들었다. 내가 '엄마' 하면 '나를 왜 엄마라 부르냐'고 윤정희 씨가 되물었다"고 하는데요, 윤정희 씨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는 백진희씨 집 근처에서 요양 생활을 하면서 많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윤정희 씨는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죠.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이른바 여배우 트로이카로 유명했는데요, 지금까지 약 320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또한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와 결혼한지 40년이 넘었지만 연주여행도 언제나 같이 다니는 걸로 유명한 잉꼬부부인데요, 2016년 JTBC 뉴스룸에 출연했을 때도 윤정희 씨, 남편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손석희/앵커 (JTBC 뉴스룸 / 2016년 9월 22일) : '고무풍선 같다. 내가 손을 뻗어서 현실이라는 땅으로 끌어내려도 다시 둥실 떠오른다. 그런데 그렇게 살 수 있는 순수함이 좋고 부럽다.']

[윤정희/배우 (JTBC 뉴스룸 / 2016년 9월 22일) : (윤 선생님에 대해서 누군가 한 말입니다.) 제 남편이요.]

[손석희/앵커 (JTBC 뉴스룸 / 2016년 9월 22일) : 같이 사는 분께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윤정희/배우 (JTBC 뉴스룸 / 2016년 9월 22일) : 나는 좋아요. 왜냐면 또 웃으면서 얘기하면서 그러니까 그런데 저는 제가 고무풍선같이 그렇게 하늘로 올라가고 싶은데 그래도 이해를 해주고 또 긍정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으니까. ]

배우 윤정희 씨에 대해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는데요, "윤정희 씨는 본명 손미자로 제 아내와 전남여중고 동기로 이문동에서 함께 통닭 먹던, 장관실로 남편 백건우 씨와 찾아왔던 기억이 선명하게 난다"고 밝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는 침대 옆에서 미소로 저를 지켜본다. 알츠하이머라도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윤정희 씨의 쾌유를 빈다"고도 썼습니다.

영화 시에서 주인공 미자는 이런 시를 씁니다.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노랫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이 시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잊지말기를 바라며 그녀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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