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39년이 지났지만 5월 광주의 장면들은 서늘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때를 배경으로 한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국내 처음으로 연극으로 태어났습니다. 차마 말로 하기 어려운 고통은 세트도 없는 무대, 말하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로 채워졌습니다.
김나한 기자입니다.
[기자]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소설 '소년이 온다' - 한강 낭독
5월 광주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 또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전했던 소설.
무대 위에선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계엄군이 오늘 밤에 들어온대. 집에 가면 이제 여기 오지 마"
시간도 공간도 가늠할 수 없는 무대, 책을 읽듯 담담하게 흘러가는 대사들, 그래도 관객들은 그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연출가는 5월 광주의 차마 말로 하기 힘든 고통을, 정말 말없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 연극은 사실 우리나라보다 폴란드에서 먼저 무대에 올렸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집단 학살의 아픈 경험이 있는 바르샤바는 광주와 닮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폴란드와 한국에서 만들어진 연극은 공통으로 역사적 상처가 어떻게 기억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서울문화재단·미디어창비)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