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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지하철 '분홍색 의자' 7년…눈치 보는 임산부

입력 2019-11-06 21:39 수정 2019-11-0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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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하철을 타면 보이는 분홍색 좌석은 임산부 배려석입니다. 도입한 지 7년이 됐습니다. 익숙해질 법하지만, 임산부가 눈치 보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가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지하철엔 객실 한 칸당 교통약자석과는 별도로 가운데 양쪽 끝 두 자리를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기 쉽게 분홍색으로 좌석을 구별해놓고 있는데요.

누군가 앉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민원에 바닥에도 이렇게 안내 스티커를 붙여놨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한 지도 7년째입니다.

그 사이, 이곳이 어떻게 쓰이고 있을지 밀착카메라가 돌아봤습니다.

열차에 오르자, 한 남성이 배려석에 앉아있는 게 보입니다.

자리가 비는가 싶더니 누군가 다시 앉고, 몇 정거장 갈 동안 계속 앉아있기도 합니다.

따라 나가 물었습니다.

[시민 : (배려석에 자주 앉으세요?) 아니 나는 몰랐다니까요? 못 봤네. 나는 못 봤어요.]

앉았다가 취재진을 보자 곧바로 일어섭니다.

[시민 : 모르고 앉았어요.]

잠깐 앉았다고 합니다.

[시민 : 그거는 대답할 필요도 없고 내가 다리가 아파서 잠시 앉은 거고.]

임부들은 배려석이 빈 경우를 찾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최유정/임부 : 처음에는 젊은 임신하지 않으신 여성분이 게임하시느라. 그다음에 할아버지가 앉아 계시다가 그다음에 제가 앉았어요.]

[박미연/임부 : 비워 줄 거를 예상하고 서지는 않고요. 그냥 그분이 비워주면 감사하다고 하고 타고 있어요.]

서울교통공사는 삼 년 전부터 배려석을 양보하지 말고 아예 비워두자고 권장합니다.

물론 이곳에 앉는 것이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임산부가 언제든지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완전히 비워두자는 겁니다.

올해 조사에서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겪었다는 임산부는 10명 중 9명에 달했습니다.

이중 절반 넘게 자리를 양보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버스에도 임산부 배려석이 있습니다.

분홍색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실태는 지하철과 비슷합니다.

[시민 : 그냥 비어 있어가지고 앉고. 오면 양보할 생각은 있어요.]

임부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느끼는 피로가 얼마나 될까.

보건소에서 특수 복장을 빌렸습니다.

지금 제가 입고 있는 보건소에서 빌려주는 임산부 체험복입니다.

무게만 6.5kg 되는데 7개월이 됐을 때 늘어나는 체중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물론 임산부의 상태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출퇴근할 때 피로도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무게 때문에 계단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덜컹거리고 빠르게 흔들리는 지하철 안은 더 힘이 듭니다.

무릎이 저려 환승 통로가 길게 느껴집니다.

드디어 회사와 가까운 역에 도착했습니다.

숨이 차고 허리가 아파 오는데요.

물론 저는 임산부가 느끼는 물리적인 무게만을 느껴봤을 뿐입니다.

정신적이나 감정적인 부분까지 생각하면 대중교통 안에서 임산부들이 느끼는 피로도는 더 컸을 겁니다.

지자체는 여러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부산시에선 배지를 가진 임산부가 배려석 2미터 안에 오면, 자동으로 불이 들어오는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공항철도는 배려석에 인형을 놓았는데, 없어지기 일쑤라고 합니다.

도입 7년째, 의견은 다양합니다.

[시민 : 왜 자리 있는데 비워둬요? 앉아 있다가 사람 보면 비켜주면 되지. 필요 없는 희생이잖아?]

[박미연/임부 : 사실은 비워져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보니까 좀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에요.]

시간이 꽤 지났지만, 완전히 정착하기까진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릴 걸로 보입니다.

배려에 동참해주길 바라며 갖가지 방법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소한 이곳에 앉아있을 때만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어도 좋지 않을까요.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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