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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노동자 '모순의 로프 작업'…규정대로 하면 더 위험?

입력 2019-10-31 21:23 수정 2019-11-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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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로프에 매달린 외벽 노동자들의 현실을 어제(30일) 전해드렸습니다. 저희들이 좀 더 들여다보니까 중대한 모순이 있었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에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규정대로 하면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서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로프공들은 밧줄을 묶을 곳이 없을 때 가장 난감하다고 말합니다.

줄을 내리고 허공에 매달린 뒤 발로 밧줄을 걷어 올려 묶습니다.

[육해근/경력 18년 차 로프공 : 이렇게 작업을 해야 돼요. 이렇게 안 하면 일할 수 있는 현장이 몇 군데 없어요.]

아찔해 보이지만 법을 어긴 건 아닙니다.

법에는 로프를 어디에 어떻게 묶든 규정이 없습니다.

'달비계 작업 규정'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비계는 의자가 아니라 다리 밑을 고치는 현장에서 여러 명이 올라서는 발판입니다.

이미 고정돼 있기 때문에 로프 작업처럼 매듭을 묶을 필요가 없습니다.

[정진우/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 고소 로프 작업은 달비계가 아닌데 정확하게 알지 못하다 보니까 엉뚱한 규정을 적용한 거고…]

규정대로 하면 더 위험한 상황도 일어납니다.

규칙엔 달비계 폭을 40cm 넘게 하라고 돼 있지만, 로프 작업자들은 의자를 그렇게 크게 만들면 이동이 어려워진다고 말합니다.

[육해근/경력 18년 차 로프공 : 만약 40cm라면 제가 이 의자에 앉았을 때 요만큼 남게 되잖아요. 근데 엉덩이를 받치는 부분이 있으면 제가 중심을 잡지를 못해요.]

줄을 얼마나 내려야 안전한지, 줄이 잘리지 않도록 뭘 대야 하는지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정진우/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 (사고 났을 때) 나중에 검찰이나 법원에 가서 '다 이것은 해당하지 않는 규정이다' 해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고용노동부는 고소 로프 작업에만 적용할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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