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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싸움'에 단죄 무산되나…홍콩 애인살해범 "자수 연기"

입력 2019-10-25 14:12

출소 즉시 대만 간다던 용의자, 대만 대선 뒤로 연기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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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즉시 대만 간다던 용의자, 대만 대선 뒤로 연기하기로

'정치싸움'에 단죄 무산되나…홍콩 애인살해범 "자수 연기"

홍콩의 대규모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안)' 반대 시위를 촉발한 살인 용의자가 홍콩과 대만 정부 간의 '정치 다툼' 속에서 자수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일각에서는 홍콩과 대만 정부가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져가면서 옥신각신하는 바람에 자칫 용의자가 마음을 바꿔 자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여자친구 살인 용의자인 홍콩인 찬퉁카이(陳同佳·20)를 돕는 피터 쿤 성공회 신부는 찬퉁카이 측이 내년 대만 총통선거 이후로 대만행을 3개월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총통선거는 내년 1월 11일 치러진다.

찬퉁카이는 지난 23일 홍콩 교도소에서 출소했다.

당초 그는 이날 바로 여자친구 살해 장소인 대만으로 가 현지 경찰에 자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만이 홍콩과 정부 간 정식 형사 공조 절차를 통한 인도를 주장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꼬였다.

찬퉁카이의 신병 인도 문제가 홍콩과 대만 사이의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하면서 찬퉁카이는 예약했던 23일 대만행 비행기표 예약을 취소하고 상황을 관망 중이다.

대만 정부는 여전히 홍콩과 대만 정부 간의 형사 공조 절차를 통해 찬퉁카이를 압송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은 형기가 끝나 석방된 찬퉁카이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찬퉁카이가 알아서 대만에 가 자수할 일이라는 것이다.

대만은 홍콩 정부가 대만 주권을 무시하고 대만을 중국의 일부분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겉으로는 원칙과 원칙이 충돌하는 모습을 띠는 듯하지만 실상은 대만과 홍콩 정부 모두 사법 정의 실현은 뒷전에 둔 채 철저히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차기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중국의 압력에 맞서 대만의 주권을 수호하는 지도자로 대중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따라서 찬퉁카이의 신병 인도 문제에서도 강경하게 원칙을 관철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중국의 일부분인 홍콩은 대만과 정부 대 정부 형식의 형사 공조를 진행하는 '잘못된 전례'를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홍콩의 상호 형사 협력법에는 홍콩 정부가 '중화인민공화국의 다른 지역'과 형사 공조 조약을 맺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은 대만을 수복되지 않은 중국의 일부로 간주한다.

나아가 정부 간 공조 형식으로 찬퉁카이를 대만에 넘기면 홍콩에서 겨우 진정된 송환법 논란이 다시 증폭될 수 있다는 점 역시 홍콩 정부에는 큰 부담이 된다.

한편, 찬퉁카이의 형사 처벌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때 찬퉁카이의 입경을 막겠다고 강경 대응에 나섰던 대만 정부도 최근 들어서는 찬퉁카이의 자진 입국을 봉쇄하지는 않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자칫 대만 주권 문제만 지나치게 앞세워 찬퉁카이의 대만 입경이 완전히 무산될 경우 살인 용의자 단죄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전적으로 대만 정부가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대 중국 부처인 대륙위원회 주임 천밍퉁(陳明通)은 전날 입법원에 출석해 홍콩 정부가 형사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찬퉁카이의 자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찬퉁카이는 작년 2월 같은 홍콩인 여자친구와 대만 여행을 떠났다가 현지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했다.

여자친구 시신을 대만에 두고 혼자 홍콩에 돌아온 그는 홍콩에서 여자친구의 돈을 훔친 혐의로만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출소한 그는 홍콩에서는 법적으로 '자유인'의 상태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해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대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수사해 기소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대만 사법기관만이 그를 수사해 형사처벌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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