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보호와 민원 사이…오락가락 '철새 행정'

입력 2019-10-23 21:5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인천시가 시민들에게 바다를 돌려주겠다면서 해안도로에 있는 철책을 대대적으로 떼어냈습니다. 그런데 철새를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일부 구간에다가 다시 가림막을 쳤습니다. 그러자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고, 결국에는 다시 구멍을 뚫었습니다.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죠. 

밀착카메라 이선화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 고잔 톨게이트 인근에 있는 도로입니다.

제 왼쪽을 보시면요, 이렇게 길을 따라서 알루미늄 벽이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보통 차도 옆에는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서 방음벽을 설치하곤 하는데요. 

그런데 여기 보시면은 이렇게 군데군데가 뻥 뚫려있습니다.

[주민 : 여기 뚫렸네요? 먼젓번에는 줄 이거 뭐지? 철망? 철책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막아가지고 왜 저기도 꽉 막고 공사했잖아.]

이 자리엔 원래 해안 철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바다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면서, 철책 철거 행사를 열고 뜯어냈습니다.

남동산단과 송도국제도시 사이에 총 2.4km가 철거됐고, 내년까지 총 49km에 달하는 구간을 없앨 계획입니다.

하지만 석 달 만에 일부 구간에 다시 가림막이 설치됐습니다.

철새를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 철거를 해버리고 그대로 남겨 놓게 되면 사람들이 넘어갈 수 있는 공간들이 생겨나잖아요.]

옆에 보이는 곳이 송도갯벌입니다.

습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곳인데요, 이 때문에 보호 구간에 해당하는 400m까지만 가림막이 설치가 되어있고 이 지점부터는 또 바로 일반 난간이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해당 구역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입니다.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나 검은 갈매기 등이 머물다 가는데, 편안하게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분리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가림막을 설치하자, 이번엔 주민들이 반발했습니다.

[김대경/인천 논현동 : 답답하지. 이거 없는 게 낫지. 그럼 이게 보기 싫게 저쪽을 보지 말라는 거야 뭐야.]

결국 인천시는 지난주 다시 구멍을 뚫었습니다.

[인천시청 : 아우 답답해서요. 답답하다고 해서. 어떤 사람은 10m마다 뚫는 게 낫겠다, 어떤 사람은 5m마다 뚫는 게 낫겠다. 그래 그럼 그냥 반반씩 하자.]

철책 제거에 6300만 원, 가림막 설치에는 1억여 원, 그리고 다시 구멍을 뚫는데 70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환경단체 쪽은 꽉 막힌 가림막을 요구했던 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됐다면서, 당초 해당 구간만 철조망을 보존해뒀으면 될 일이었다고도 말합니다. 

[남선정/인천저어새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렇게 다 구멍을 또, 옛날처럼 다시 도로 내놓은 거예요. 새들 안전하게 쉬게 하겠다는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는 모습이죠. 어차피 그럴 거면 옛날 그대로 철조망을 뒀으면 돈은 안 들죠.]

그러면서 정작 인근에 철새가 번식 활동을 하는 곳은 아예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송도갯벌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남동 유수지입니다.

철새들이 많이 모여들고 번식 활동을 하는 곳이어서, 이렇게 탐조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이 되어 있는데요.

지금도 제 뒤로 철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남선정/인천저어새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불. 솜이불을 들고 나올 때도 있고요. 뭐 양동이는 너무 많고요. 별의별 쓰레기가 다 있어요. (저희가) 저 둥지 자리도 좀 봐주고 쓰레기도 좀 줍고.]

경기 고양시에 있는 장항습지.

이곳 역시 멸종위기종 20여 종을 포함한 철새들의 서식지입니다.

지난해 군부대가 자리를 옮기면서 올해 7.6km 구간의 철책을 제거했지만, 일부는 남겨두었습니다.

[임희조/한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 야생동물 보호하고 위험성을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고려돼서 존치한 상황입니다.]

대로변에 있는 1차 철책은 제거하고, 습지 쪽에 있는 2차 철책은 보존해두었습니다.

철책 안쪽으로는 시민들이 습지를 탐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겁니다. 

(화면제공 : 인천시)
(인턴기자 : 김승희)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