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학부모 단체인 '교육희망 울산학부모회'는 22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학교상징으로 본 일제 잔재와 성차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9월 한 달간 초등학교 119개, 중학교 63개, 고등학교 57개, 특수학교 4개 등 총 243개 학교의 교표(학교를 상징하는 무늬나 휘장), 교화, 교목, 교가 등을 모두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3개 초등학교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교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지적에 따라 3개 학교 중 하나인 전하초는 교표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교화·교목 조사에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1909년 식민통치를 알리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심은 가이스카향나무를 30개 학교가 교목으로 정하고 있었다. 또 일본 왕실을 상징하고 욱일기 모양에도 활용된 국화도 12개 학교가 교화로 삼고 있었다.
일본 사무라이를 상징하는 벚꽃과 벚나무는 4개 학교, 일제강점기에 국내에 들어온 히말라야시다는 2개 학교가 교화·교목으로 지정했다.
친일 인사인 박관수와 정인섭이 노랫말을 쓴 교가를 부르는 학교는 3곳인 것으로 드러났다.
성인지적 관점으로 분석한 결과, 한 여고는 교표에 여성을 강조하는 한자 女(여자 여)를 사용했다.
또 다른 여고는 교육목표에 '한국 여성으로서 곱고, 아름다운 심성을 연마하여'라는 문구를 넣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조했다.
4개 학교는 교가에 '치맛자락 사뿐 잡고', '순결, 검소 예절 바른 한국 여성 본이라네', '색실로 수를 놓아라', '착하고 예의 바른 딸들이 모여' 등의 여성성을 강조하는 표현을 넣었다.
반대로 '건아'나 '소년' 등 남성 편향적인 단어를 활용한 교가를 부르는 학교들도 1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4개 학교는 학교 캐릭터에 치마, 분홍색, 꽃봉오리, 긴 속눈썹과 머리 등의 이미지를 활용한 여성 이미지를 활용해 성 역할을 고정화하는 우려를 보였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이밖에 '공장 연기 치솟는 공업의 도시'나 '대한의 어린 용사들' 등 시대에 맞지 않는 교가 가사도 있었다.
울산학부모회 관계자는 "학생들의 배움터인 학교에서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않으면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성차별 없는 학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교 상징을 조사했다"면서 "미래 세대의 공간에 역사의 그늘이 드리우거나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주입되지 않도록 교육 주체들의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