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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증 내화충전재 실험해보니…47분 만에 불나는 '불량'

입력 2019-10-19 21:04 수정 2019-10-2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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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건물에 불이 나면, 벽 사이를 관통하는 배관으로 불길이나 연기가 번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 틈을 내화충전재라는 것으로 메우는데 저희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불에 약한 불량 충전재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1000도에서 2시간은 견뎌야 정상인데 실험을 해보니 50분도 안 돼서 불이 났습니다.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내화충전재 시장에서 선두권 업체인 A사의 제품입니다.

불을 붙이자 2분 만에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20분이 지나자 연기가 솟구칩니다.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결국 47분 만에 불길이 치솟습니다.

1000도에서 2시간을 견뎌야 하는 품질 기준에 못 미치는 불량제품입니다.

또 다른 선두권 업체인 B사의 내화충전재도 불량이긴 마찬가지.

열을 가해도 표면온도가 애초보다 180도 이상 오르면 안 된다는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실험 내내 퍼지는 연기도 문제입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약 70%가 질식사입니다. 연기에 의한 질식사. 화염이 이동하는 속도보다 연기가 이동하는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요.]

그런데도 이들 제품은 국토교통부로부터 품질 인증을 받아 새로 짓는 건물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들은 주상복합건물, 쇼핑몰, 대단지 아파트 등 각종 대형건물에 납품하고 있는 상황.

취재진은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이 서울의 한 신축 대형병원에 들어간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불량 내화충전재가 유통되는 것은 국토부의 인증 절차가 허술해서입니다.

업체가 인증받을 제품을 직접 공인 시험기관에 제출하기 때문에 시험용 따로, 판매용 따로 제품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A씨/내화충전재 업체 관계자 : (시험 볼 때) 본인들 자재가 아닌 다른 회사 자재를 사가서 그걸 설치하는 경우도.]

[B씨/내화충전재 업체 관계자 : 시험 시공할 때는 (제품을) 좀 두껍게 할 수도 있고.]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토부는 4년 전부터 현장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 점검에서는 10곳 중 4곳 이상의 건설현장에서 쓰인 내화충전재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장 점검을 시작한 뒤에도 불량제품 유통은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철민/국회 국토교통위원 : 몇 개 안 되는 현장을 돌아보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건 그야말로 생색내기에 불과한 일입니다.]

취재진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이번 실험 결과를 해당 업체들과 국토부에 알렸습니다.

업체들은 시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토부는 건설 현장뿐만 아니라 제조업체 공장을 직접 조사하는 등 관리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 추가적으로 점검을 해서 (불량제품이 확인되면) 형사고발 조치를 하겠습니다.]

(영상디자인 : 박성현, 정수임)
(인턴기자 : 권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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